인천의 한 모텔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여아의 친부가 주거급여에 긴급생계지원을 신청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여아의 엄마는 보증금 사기 혐의로 이달 초 구속된 상태였습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어제(1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27살 남성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B양을 학대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양은 뇌출혈 상태에서 심정지에 청색증까지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 월세로 전입신고를 했으나 보증금 문제로 부평구 일대 모텔에서 생활했고, 2개월 전 B양도 모텔에서 출산했습니다. 그러다 이달 초 보증금 사기 혐의로 A씨의 아내 22살 C씨가 구속되면서 A씨 혼자서 두 자녀를 돌봤습니다.
C씨는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과 갈등을 빚다가 사기 혐의로 피소돼 이달 초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A씨가 모텔 방에서 홀로 어린 남매를 돌보다가 양육 스트레스로 B양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한편, A씨는 어제(13일) 0시 3분쯤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라며 119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소방대원들이 모텔로 출동했을 당시 B양은 호흡 중이었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A씨는 현장 구급대원에게 “밤 11시쯤까지 딸 아이 상태가 괜찮았고 울다가 자는 것도 봤다”면서 “어디서 떨어진 적도 없는데 아이 상태가 이상해 곧바로 119에 전화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도착해 보니 아이 아버지가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다”며 “호흡이 정지된 상태가 좀 지난 것처럼 아이의 팔과 다리에서는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이, 코 안에서는 출혈이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B양은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소방당국 요청에 함께 출동한 경찰은 머리의 멍 자국 등 B양이 학대당한 듯한 정황을 발견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A씨는 딸 아이를 안고 있다가 실수로 벽에 부딪힌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의료진은 1차 구두 소견으로 B양의 두개골 골절을 의심했지만, 정밀 검사 후 머리뼈가 부러지진 않았고 뇌출혈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들 가족은 주거급여로 매달 15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긴급생계지원 서비스를 신청해 3개월간 100만 원씩 받기도 했습니다.
A씨는 아내가 갑자기 구속되자 행정복지센터에 아이들을 가정 위탁할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다소 늦어져 1주일간 혼자서 어린 두 자녀를 돌봤습니다.
해당 모텔 업주는 "아빠 혼자 아기 2명을 키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밥을 차려준 적도 있다"며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할 것"이라며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돼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