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망 당시 정인양 9.5㎏…유니세프 광고의 아이 보는 듯"

16개월 아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양 사건' 공판에서 검찰이 피고가 살인 의도를 가지고 정인양의 복부를 밟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학대의 근거로 "16개월 아이(정인양)의 체중은 사망 당일 9.5㎏으로 유니세프 광고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5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가 정인양의 배 부위를 밟아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 다량의 복강막 출혈을 일으켜 사망하게 했다며 살해 의도를 가지고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법의학자의 감정서를 제시해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찼다면 멍이 있어야 하는데 피부가 깨끗했다"며 "접촉 면적이 큰 발바닥으로 복부 전체를 밟았고 척추 융기부가 칼, 발바닥이 도마 역할을 해 췌장이 절단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동시에 일어났다면 소장과 대장도 파열돼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며 "적어도 2회 이상 배가 밟혀 췌장 손상과 장간막 파열이 따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인양은 9개월 입양 기간 동안 강도 높은 학대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16개월 정인양의 몸무게는 지난해 3월23일에 9㎏, 9월23일에 8.5㎏, 사망 당일인 10월13에는 9.5㎏에 불과했다. 검찰은 "16개월이 지나 9.5㎏밖에 안 나갈 정도로 영양실조가 심해 잘 움직이지도 못 하는 아이를 발로 밟아도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성인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인양은 복부 손상 외에도 쇄골, 늑골, 뒤통수뼈 등 전신에 다수의 골절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유가 진행된 골절과 급성골절이 모두 발견돼 여러 시점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한 상처였다. 검찰은 "이 정도의 골절이면 심호흡이나 가벼운 기침으로 통증을 느끼고 울거나 웃기만 해도 아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수개월 간 이같은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인 양의 두부와 외이도, 목 등에서도 학대 전황이 발견됐다. 검찰은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와 두피에서 길쭉한 물체로 맞아 생긴 흉터들이 관찰됐다"며 "나무 막대기 같은 딱딱한 물체에 맞아 찢어진 것으로 이후 흔적이 남지 않게 유연성 있는 물체로 바꿔 때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인양의 왼쪽 외이도에 피가 맺힌 흔적도 지적하며 "가해자가 오른쪽 손바닥으로 왼쪽 귀싸대기를 때려 고막이 터져 생긴 출혈로 추정된다"며 "손바닥이 말랑해 귀 주위에는 손상이 안나고 고막 파열만 야기해 외이도로 피가 흘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턱뼈와 목에서는 목을 조르고 손날 등으로 가격한 상처도 발견됐다. 검찰은 "목 부분은 윗가슴과 턱이 보호해 의도적 타격이 아니면 상처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가장 그럴 듯한 가정은 가해자가 목을 조르다가 강하게 조르려고 손톱날을 세워 손톱이 목 피부를 찢듯 긁어낸 경우"라고 말했다.
정인양의 양부모 측은 폭행 사실은 인정했으나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복부가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재차 가격을 받아 췌장이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사망 당일이 아닌 며칠 전에 장간막 손상이 있었다는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때린 것은 맞지만 사망에 이르게 할 의도로 강하게 가격하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