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에 사용된 명함 |
40대 남성의 김경수 씨(가명)는 최근 본인을 천헌주 검사라고 소개하는 이의 전화를 받았다. 천 검사는 당황하는 김씨에게 "28명의 범죄조직이 쇼핑몰을 운영하며 고가 물품을 허위로 팔고 돈을 당신 계좌로 입금했다"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강요했다. 이는 실제 검사의 이름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였다.
께름칙했던 김씨는 "당신을 어떻게 진짜 검사라고 믿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천 검사는 본인 이름이 적힌 명함을 김씨에게 보냈다. 또 관련 사건번호와 대포통장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소송장 등을 보여주면서 "비밀 수사 중이며 전달책, 배달책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협조하지 않을 시 구속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2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검사, 검찰 수사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면으로 현금을 받아챙기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현재 김씨가 당한 검사 이름을 사칭한 조직에 당한 피해자들은 늘고 있다. 범죄 조직들이 계좌 이체를 통한 범행이 어려워지자 직접 만나 돈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천 검사를 사칭한 전화 이후엔 검찰 수사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김도현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이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팀뷰어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앱을 설치하자 김 수사관은 스마트폰을 원격조종했고 '검찰청'이라고 표시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해당 앱은 해킹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이후 천 검사는 "행정 재산 신고가 접수돼 수사 종결 시까지 당신 자산은 국가 소유"라며 "범행 계좌로 의심되는 통장의 돈을 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못 믿겠으면 금융감독원 대표 민원 번호(1332)로 전화를 걸어보라"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자 상담원, 금감원 직원이 받았고 "돈을 제출하면 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는 실제 금감원 직원이 아니다. 해킹된 김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범죄 조직이 전화 연결을 본인들에게 돌리는 '가로채기'를 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현금 7000만원을 들고 범죄 조직들의 요구에 따라 동대구행 KTX를 탑승했다. 이후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니 상하의 검은 옷에 큰 가방을 든 한 남성이 다가왔다. 해당 남성은 본인을 금감원 직원이라고 소개했고 돈을 받은 후 유유히
사건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자각한 김씨는 이후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구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김씨는 "해당 사기 사건으로 인해 우리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 공황장애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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