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보도에서 우리나라에 마약이 얼마나 만연한지 그 현주소를 짚어 드렸죠.
마약 범죄는 출소 후에 재수감된 마약사범 10명 중 9명이 다시 마약 혐의로 들어갈 정도로 재범률이 높습니다.
수감된 마약사범을 치료하는 치료감호소는 실제 텅 비어있고, 출소 직후 다시 접하게 되는 마약, 이른바 '출소뽕'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이제는 마약문제를 단순 감금이 아닌 수감단계부터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포커스엠, 조동욱, 김보미 기자입니다.
【 기자 】
▶ 인터뷰 : A 씨 / 마약범죄 출소자
- "교도소 내에서 교육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게 아니고 갇혀 있다 보니. 사람이 생지옥 사는 거죠.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와요 교도소 앞으로. 나와서 차를 타는 순간 약을 주는 거죠. 출소뽕은 굉장히 많죠. 아주 많습니다."
▶ 인터뷰 : 조성남 / 공주치료감호소 원장
- "1~2년 교도소 있다하더라도 출소뽕이라고 해서 '수고했어'하고 나올 때 교도소 문 앞에서 준단 말이에요. 그건 수감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치료를 해야 하는 거거든요."
공주에 위치한 법무부 치료감호소.
마약 투약 범죄를 저지른 마약사범들이 교도소 대신 수감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이곳에 수감된 인원은 현재 15명.
마약사범으로 수감된 재소자 중 1%도 되지 않고, 오히려 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숫자가 재소자들 보다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인터뷰 : 조성남 / 공주치료감호소 원장
-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해서 선고를 해야 되는데 청구가 적으니까. (편해 보이는 탓에) 치료감호를 보내달라고 해도 잘 안 보내줘요."
▶ 스탠딩 : 조동욱 / 기자 (공주치료감호소)
-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중증 약물 중독자들 대부분이 치료감호소가 아닌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재범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B씨 / 마약범죄 출소자
- "교도소만 들어가서 살 때는 그냥 먹고 자고 그것 말고는 특별히 없죠. (재범은) 거의 100%죠. 계속 왔다갔다…."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사범도 약물치료와 교육을 받도록 지난해 말 개정됐지만, 대부분 16시간의 기본교육을 받는데 그칩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단순구금 정책으로는 늘어나는 마약 수요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조성남 / 공주치료감호소 원장
- "다 범죄자니까 교도소 수감하고 벌주면 된다. 근데 이게 전 세계(에서) 실패했습니다. 점점 환자만 많아지고 중독자만 양산하는 결과가 됐어요. 구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거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치료하는 겁니다."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그렇다면 출소 후 이들은 사회에 나와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밖에선 약물 중독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따라가봤습니다."
▶ 인터뷰 : C씨 / 마약 재활 치료자
- "다 맞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집에 있는 약을 있는 양을 다 투약했어요. 일어났는데 이제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은 거예요."
취재진은 여러 마약 경험자를 만났는데, 깊은 우울감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 등 치료가 절실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인터뷰 : 김성필 / 마약 재활 치료자
- "초범 때 교도소를 다녀오고 나서 지병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바람에 장애가 생겼죠. 절망감에 다시 약물에 손을 대게 됐어요. 멈출 수 없었던…."
하지만, 국내엔 아직 이들에게 필요한 재활과 치료를 제공할 시설 등이 부족합니다.
▶ 인터뷰 : 권혜진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과장
- "교육을 잘 받으셨는데 이후에 갈 데가 없어서 연계처리가 없어서 종결처리 되는 거죠. 그럼 재발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중독은 만성적인 질병이고 계속 진행하는 질병이거든요. '나 회복했어' 단약하고 끝나지 않아요."
재활 치료를 담당하는 마약중독재활센터는 서울과 부산 2곳에 불과하고, 치료보호 시설로 지정된 의료기관도 전국에 21곳 뿐입니다.
이마저도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고, 최근 4년간 실제 마약 환자를 치료한 병원은 5곳도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치료보호사업 예산으로 환자 진료비를 전액 지원해주고 있지만, 환자가 몰리는 인천 참사랑병원은 지자체 예산이 부족해 지난해에만 1억 가까이 미지급됐습니다.
또 전문 인력이 부족해 약물 중독 환자를 받을 여건이 안 되는 일부 병원들은 아예 진료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 인터뷰 : 조근호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일반적인 보험 수가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설도 안 돼 있죠. 훈련된 인력을 많이 써야 하는데 그런 사람도 없죠. 중독 치료에 헌신해야겠다 그런 동기가 별로 없어요."
마약 환자들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감 단계부터 출소 후 관리로 이어지는 치료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east@mbn.co.kr] [spring@mbn.co.kr]
영상취재: 김영호 기자
영상편집: 송현주·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