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보상 불만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한 가운데 결국 현대차그룹에도 번졌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후 처음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불만 달래기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내부 불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17일)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천800만 원으로, 2019년(9천600만 원) 대비 800만 원 줄었습니다.
남자 직원의 급여 평균액은 8천900만 원으로, 전년(9천700만 원) 대비 800만 원 줄었고, 여자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7천600만 원에서 7천만 원으로 600만 원 감소했습니다.
작년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전년도의 기본급 4만 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 원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직원들이 손에 쥐는 돈은 줄었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작년 매출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세타2 엔진과 코나 전기차 리콜 등의 품질비용을 제외하면 최고 수준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에도 지난 10년간 성과급이 계속 줄어든데다 최근 게임 회사들이 월급을 올려준다는 얘기가 잇따라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연구직 직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계열사 전반에 불만이 쌓이면서 이번 타운홀 미팅에 앞서 받은 사전 질문 가운데 직원 추천 수가 높은 질문도 대부분 성과급이나 보상과 관련된 질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성과급 분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내부적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매년 노사 협상과 찬반 투표를 통해 성과급 수준을 정하지 말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분배해달라거나 연구직과 생산직을 구분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다르게 해달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정 회장은 전날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타운홀 미팅을 하고 "회사에 기여를 한 데 비해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했고 저 자신도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며 "기존에 했던 보상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의 눈높이를 좇아가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사과했습니다.
또 "모든 계열사 전체에서 임직원의 눈높이에 맞춰 더 정교하게 선진화가 돼야 한다"며 올해 안에 성과와 보상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타운홀 미팅 이후에도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서는 여전히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 회장이 "이제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만큼 각사 CEO들이 각 사의 현실에 맞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 논란에 불을 붙이는 모습입니다.
한 직원은 "SK하이닉스 성과급 사태를 보면 알겠지만 명확한 개선안이 나오는 데 솔직히 얼마 안 걸린다"며 "정 회장이 문제를 인지했으며 계열사별로 검토를 지시했는데 타운홀 미팅 전에 개선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직원은 "각 사가 알아서 할 거면 그룹사가 왜 있고 회장이 왜 있느냐"며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직원은 "SK 회장은 본인 연봉 반납으로 성의라도 보였는데 여기는 일 시킬 땐 내 회사, 돈 줄 땐 니들 회사"라고 분노했습니다.
정 회장이 작년 현대차에서 급여 30억6천200만 원과 상여 9억4천600만 원을 받은 것을 두고 "성과급 30% 받았다"며 비꼬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의 작년 연봉은 총 59억8천만 원으로, 전년 대비 15.2% 늘었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각 사 CEO에게 검토를 시키겠다고 한 만큼 이제 사별로 후속 작업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당장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더라도 근본적으로 개선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과급 논란은 매년 제기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 연초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이 이석희 사장을 포함한 전 구성원에게 공개적으로 작년 성과급에 대해 항의 이메일을 보내며 이슈화됐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하고 이석희 사장이 사과를 표명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논란은
이후로도 성과급 논란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등 재계 전반으로 퍼지며 노사 간 갈등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독 성과급 논란이 커진 배경 중 하나로 공정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꼽기도 합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