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DB] |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익명성 보장'이란 블라인드의 취지를 깨고 특정인을 밝혀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견과 LH가 밝힌대로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 만큼 글쓴이를 찾아 처벌 받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라인드는 현재 320만명이 이용 중인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블라인드는 철저한 익명성을 추구한다. 이유는 '보안' 이 자체가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익명이 보장되다보니 그간 블라인드는 연봉과 조직문화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회사와 상사의 뒷담화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직장인들의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 물론 '회사가 날 찾아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은 상존했지만 직장인들은 블라인드 보안을 신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경찰이 LH 직원을 색출하면 블라인드 본연의 취지가 무너지고,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블라인드 회원들은 언제든 자신들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블라인드의 익명성 사수를 위해 LH관련 특정인을 찾아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블라인드를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3)씨는 "나 또한 LH 직원 글에 정말 화났지만 경찰이 글쓴이를 찾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며 "블라인드 익명성 취지를 깨면 누가 편하게 회사 욕을 하면서 블라인드를 사용하겠나. 바로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인드 홈페이지 질의응답란에도 '정말 익명인가요?'라는 질문에 블라인드 측은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군지 모른다"며 "블라인드는 보안을 가장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적어 놓았다.
↑ [사진 = 블라인드 홈페이지 캡처] |
LH 직원을 밝혀내 철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어떻게 됐든 이번 사태만큼은 무조건 찾아내 징계를 해야한다. 익명성을 악용해 대중을 모욕하고 조롱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씨 말처럼 블라인드 익명성을 앞세워 악용하는 사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개인 명예 훼손이나 특정인을 겨냥한 의도적인 악성 글이 빠르게 공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직원들이 내부고발을 빙자해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글을 올리거나 직장 동료와 상사, 경영진을 인신공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근거도 없이 누명을 쓰거나 조직내 갈등이 빚어지고, 회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되는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윤모(35)씨는 "2년 전 회사 직원과 관련된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블라인드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며 "결국 사실은 아닌 걸로 판명났지만 그 직원은 해당 사건으로 우을증까지 겪었던 적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회사들은 직원들이 익명 게시판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새나갈 수도 있고, 회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기폭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블라인드에서 누가 쓴 글인지 찾을 방법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블라인드는 회원 데이터를 비공개 처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가입에 사용되는 회사 인증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 용도로만 쓰인다. 가입 후 곧바로 암호화되며, 블라인드 앱 계정과의 연결고리는 즉시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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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접속한 IP 등이 저장되는데 데이터를 삭제하는 블라인드 특성상 찾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삭제되더라도 포렌식 관점에서 복구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도 빠른시일 내에 진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늦게 진행한 만큼 정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과거 사이버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도 "블라인드 앱 특성을 고려하면 작성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IP추적 등 온라인 수사와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수사를 병행하면서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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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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