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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직원이 매입한 광명시 옥길지구 내 토지에 빼곡히 심어져있는 용버들 모습. 한동안 관리를 안한 듯 사람 키 높이 만큼 자라나 있다. [사진 = 조성신 기자] |
'LH 사태'가 촉발된 경기 광명 시흥 지역이 땅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명·시흥 지역 주민들은 LH직원 K씨가 소유한 광명시 옥길동 토지 주변 지역에 투기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LH 사태 이후 토지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개인적으로 땅을 보러오는 투기꾼들이 광명·시흥 일대에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경기 광명시 옥길동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지난 9일 LH직원 소유의 땅을 가리키며 "재작년에는 용버들 관리를 잘 했는데, 작년에는 (관리하는 걸) 2~3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투기 의혹을 받는 이 토지에는 성인 남성 키를 웃도는 용버들(나무)이 여유 공간 없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A씨는 "왕버들이 이미 오랜 시간 방치돼 상품 가치가 없다"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상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 주민들은 LH직원이 소유한 땅 주변의 농지를 구입하겠다고 외지인이 여럿 방문했다고 입을 모았다. 광명시에 투기과열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A씨는 "LH직원인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6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외지인 5명이 지난해 이곳을 찾았다"며 "투자 목적으로 사는 거라고 얘기하며 LH 직원 소유의 농지(물마니리 밭 3필지) 주변 땅을 샀다"고 설명했다.
인근 농민 B씨도 "농민이 아닌데도 농토를 불법으로 매입하는 건 오랜 기간 암암리에 만연했던 일"이라며 "10년 넘게 땅을 빌려 농사짓는 우리는 고작 임대아파트 한 채 보상 받는데 우리같은 서민들을 생각해줘야 하는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샀다는 뉴스를 본 뒤 화가 났다"고 말했다.
농지는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할 수 있다. 확인 결과 LH 직원들은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 토지를 매수하며 허술하게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했다.
전용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LH 직원들은 일대 토지를 매수하며 '영농경력 7년', '보유 농업기계장비 없음'으로 기재했다. 공란이 많고 내용과 사실도 달랐지만, 이들은 손쉽게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 받았다.
묘목을 심어놓는 등 농사짓는 흉내만 내도 매년 실시하는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회피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실태조사에서 적발돼 이행강제금과 농지처분의무가 처분을 받아도 일정 기간 내 자가경영을 하면 처분의무가 없어진다.
시흥시의 상황도 광명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LH직원이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과림동 토지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 거래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간혹 문의 전화는 있어도 거래 체결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신도시 예정지 주변에 밀집한 영세 공장 근로자들은 땅을 보러 오는 일반인들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시흥시 과림동 인근 한 공장 근로자 C씨는 "신도시 지정 이후에도 매물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다"며 주변이 쑥대밭이 됐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흥 과림동 공장 근로자 역시 "지금 여기 와봤자 땅을 살 수도 없고 늦었다. 와봤자 소용없다"면서도 "신도시 지정되고 나서도 일반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추진을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과림동 한 주민은 "토지보상을 받아도 양도소득세를 떼고 나면 다른 곳에 정착해 살기가 어렵다"고 걱정했다. 공장 근로자 C씨도 "주택이 아니라 영업장 토지가 편입되면 공시지가 받고 나가야하는데 이 주변에 공장이 들어설 만한 땅도 없지만, 있어도 비싸서 외곽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며 "차라리 신도시 지정이 취소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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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직원이 매입한 시흥시 과림동 땅(전) 모습. [사진 = 김현정 기자] |
이어 그는 "과림동 토지 보상이 이뤄지고 불과 몇 달 사이에 시세가 170만~180만원까지 올라 누가 이 돈 주고 땅을 사나 의아했다"며 "보통 신도시 토지 보상가가 공시 가격의 1.5~2배 수준인데, 여기는 2~2.7배까지 얘기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 상승도 신도시 예정지 주변 토지를 찾는 또다른 이유로 지목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3기 신도시 예정지와 인접한 옥길지구의 아파트들은 분양가 대비 평균 세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일례로 '부천옥길자이' 전용 90㎡의 경우 지난 2015년 6월 분양가가 3억8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8억8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져 분양가 대비 131.6% 상승했다. 6년간 5억이나 치솟은 셈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옥길지구의 경우 3기 신도시가 인접한데다 서울 접근성도 좋아 인구 유입 가능성도 있어 지역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광명시와 시흥시가 소속 공무원과 도시공사 직원 등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co.kr /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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