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와중에도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정보 블라인드 시행, 서울 주요대학 정시모집 확대 등 대입 정책 변화가 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9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5.9% 증가한 38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고교생 중 60.7%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이 지출한 금액만 따로 계산하면 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64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국 고교생은 133만7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약 7만3000명(5.2%) 줄었지만,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되레 늘어난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일반교과 관련 사교육에 참여한 이유는 학교수업 보충(47.7%), 진학 준비(30.5%)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고교생 사교육비가 증가한 데는 대입정책 변동에 따른 입시 혼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고교정보 블라인드가 시행됨에 따라 입시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고3 수험생·학부모의 불안 심리가 가중됐다. 올해부터는 서울 주요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시모집 인원이 본격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지난해 고1~2 학생들의 일반교과목 사교육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늘어난 부분은 학부모들의 학업, 교과학습, 진학 등에 대한 불안 심리가 일부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23.7%가 감소했다. 중학생은 32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4% 줄었다. 홍기석 학교혁신정책관은 "이번 통계 결과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초·중등 분야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교육 활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한받은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구 소득수준별 사교육 참여율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80.1%)과 200만원 미만 가구의 참여율(39.9%) 간 격차는 40.2%포인트(P)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9%P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체능 학원 사교육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일반교과 관련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23만5000원에서 지난해 23만원으로 3% 감소했으나,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8만3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30.1% 줄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은 전
한편 이번 사교육비 조사는 지난해 3~5월, 7~9월 등 6개월간을 조사 대상 기간으로 설정해 실시됐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까지 포함해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사교육비 지출 경향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이번 조사엔 전국 초중고교 약 3000곳의 학생 8만명이 참여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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