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외국인 유학생들이 납부해야 할 월 평균 4만 원 가량의 건강보험료가 과도한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일부는 건강보험료 부담 탓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가 하면 보험료 부담을 메꾸기 위해 불법 취업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은 한국의 물가 수준이 고국보다 크게 높은데다 보험료 부담까지 생겨 생활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어학 연수생을 포함해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은 1월말 현재 15만1천명으로 베트남 출신이 5만8천 명, 중국이 4만9천 명으로 대부분이며, 우즈베키스탄 9천명, 몽골 8천 명,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등 각각 1천∼2천800명입니다.
5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에 와 서울 소재 대학교의 4학년 여학생 'ㅉ'씨는 학교 근처인 대학로 한 카페에서 오늘(9일) 기자와 만나 건강보험료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져 굳어진 채 "부담을 덜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동대문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 4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최저 임금 수준인 하루 4만 원 가량을 법니다.
학비의 절반가량을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부모의 송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최근 급등한 원룸 월세에다 식비, 통신비, 교통비 등이 고국인 베트남 하노이보다 2∼3배는 높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는 주 28시간까지, 하루 최대 4시간만 일할 수 있어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 이외 일자리를 얻으면 곧바로 불법 취업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많은 친구들은 보험료 부담 탓에 불법취업도 불사하겠다고 전했습니다.
ㅉ씨는 "그동안 아팠을 때는 학교에서 가입한 여행자 보험으로 병원비를 낼 수 있었다"며 "대부분 유학생이라 병원에 갈 일이 적었고, 학교의 배려로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애초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가입자에게는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월 보험료 3만9천540원은 애초 내야 할 보험료 전액의 30% 수준이나 내년 3월부터는 40%, 내후년 3월부터는 50% 수준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반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하는 말이라는 옹호 의견도 있습니다.
몽골 유학생에서 한국에 귀화한 한 대학원 재학생은 "처음에는 부담스럽지만, 나중에 몸이 아파 병원을 이용해보면 건강보험 혜택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면서 "고국보다 월등히 좋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설과 의료진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건강보험 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국민과 똑같은 보험 혜택을 준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며 "보험료는 같은 조건의 외국인이 지역건강보험에 낸 2019년에 평균 보험료 13만1천789원의 30%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수입이 없는 유학생의 처지를 배려해 내후년까지 한국인 보험료의 50% 수준까지만 인상하고 더 올리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외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학생이 민간 보험사의 다양한 건강보험 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무상 의료 대표국가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과 영국도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실비를 부담시키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가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부터 국내 체류 재외동포와 단기 취업 외국인 등이 건강보험에 먼저 가입해 지역 보험 평균 보험료를 내며 혜택을 받고 있으며
고용허가제에 따라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2005년부터 의무로 가입해 직장보험 가입자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 적용을 받습니다.
이로써 관광객과 일시 체류자를 제외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거의 모두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