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건을 공개 비판하고 나서면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오늘(8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H 투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사표가 수리된 지 사흘 만에 내놓은 첫 공개 발언입니다.
그는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검찰의 직접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과거 수사 경험을 애써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직하면서 강조했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총장이 첫 공개 발언으로 'LH 투기' 문제를 거론하자 법조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스스로 사퇴의 이유로 내세웠고 검찰의 최대 현안인 중수청 입법을 막는 데 힘을 쏟겠다던 각오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 본색'을 너무 빨리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LH 투기 사건은 올 초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이제 막 수사를 맡아 당장 검찰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야당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 투기 사건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사퇴하자마자 이에 적극 가담하고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노회한' 정치인들과 비슷하게 일부 언론을 콕 찍어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도 평소 윤 전 총장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LH 투기 문제와 함께 재·보궐 선거를 언급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의식해서 조사 수사를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든 야든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제3지대에서 정치활동 계획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검찰에서 나온 지 1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특정 사안에 많이 얘기하면 사퇴의 정당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실망감을 내비쳤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며 어떤 사안보다 정치적 인화성이 강한 이슈입니다.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부동산 이슈를 건드린 것은 앞으로 그의 행보가 검찰을 넘어 정치 현안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검찰의 대변자'가 아닌 '정치인'으로 변신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는 사퇴하면서 검찰총장으로서는 전례 없이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내 '정치적 사퇴'라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사퇴 후 당분간 대외 발언과 활동을 자제한 채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곧바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검찰총장 재직 시절 발언과 수사 지휘에 대한 의심
특히 그가 재직 중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적 중립' 발언이 무색해지면서 여권의 비판을 받아온 주요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오늘 LH 발언은 정치·사회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평론 아니겠나"라며 "이제 장외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