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가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수처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오늘(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이 지검장이 수원지검에 사건을 이첩해 달라는 요청을 한 직후 '공수처 업무처리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사건 이첩을 놓고 수원지검과 이 지검장 간 각을 세우는 와중이었기에 관련 입장을 내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출범 뒤 371건의 사건을 접수했다는 일반적인 내용만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공수처가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은 배경에는 현재까지 이 사건의 이첩을 결정하는 주체가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검장 사건 이첩 요구의 근거는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25조 2항입니다. 사건 이첩의 주체가 검찰인 셈입니다.
반면 공수처가 다른 기관으로부터 사건을 달라고 요청해 강제로 가져올 수 있는 규정은 24조 1항입니다. 이첩 요청 대상은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인데, 공수처는 현재 김학의 사건 수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수원지검에 사건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공수처가 사건 수사에 착수하며 24조 1항을 적용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수처는 검찰의 이첩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진욱 처장이 지난달 19일 타 수사기관의 검사 사건 이첩 사례를 묻자 "25조는 우리가(공수처가) 요청하느냐 마느냐와 관계가 없다"며 "(24조와) 다른 각도로 조문이 규정돼 우리가 뭐라 말하기가 곤란한 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같은 맥락입니다.
나아가 법적으로 보면 수원지검은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맞지만, 25조상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는 조건인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에 대해 합의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에 낸 진술서에서 "고발 사건에서도 수사해야 할 사항이 구체화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빠른 이첩을 요청했지만, 기소 시점이 혐의를 발견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게다가 공수처가 수사팀 진용을 꾸리기까지는 앞으로 한 달 이상이 남은 점도 변수입니다.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즉시 수사에 착수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워 야권의 '사건 뭉개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에 수원지검이 사건을 이첩한 뒤 공수처가 다시 사건
공수처법 24조 3항은 피의자·피해자·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공수처장이 판단한다면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