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수료 상태였던 직장인 신모(28)씨는 대학 수료 후 1년 6개월만인 올해 2월 드디어 졸업했습니다.
올해부터 완화된 졸업 요건 덕분입니다. 신씨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해 취업 후에도 수료생 신분에 머물렀는데, 지난 학기에 대학이 정책을 바꾸면서 올해 졸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늘(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대학의 졸업요건이 완화·폐지되는 추세입니다.
성균관대는 일명 '3품(봉사활동·외국어 능력 시험·IT 자격증) 인증제'를 실시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했더라도 졸업할 수 없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여러해 수료 상태인 학생들이 많아지자 몇 년 전부터 수료 2년 초과자에 한해 졸업요건을 면제해줬고, 올해부터는 기준을 더욱 완화해 수료 후 6개월이 지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국대 역시 그간 '외국어 패스제'를 실시해 졸업생들에게 일정 기준 이상의 토익 점수를 요구해왔지만, 올해 2월 졸업자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토익 시험이 거듭 취소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했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입니다. 동국대는 우선 한시적인 졸업요건 폐지를 발표했지만, 총학생회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장기적인 졸업요건 완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어렵게 취업했는데 외국어 패스제 때문에 졸업을 못 해 합격이 취소되게 생겼다' 등의 불만이 표출돼 왔다"며 "장기적인 졸업요건 완화 요구를 학교에 전달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앙대도 졸업요건으로 3급 또는 4급 이상의 한자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해왔지만, 코로나19를 고려해 올해 졸업생들에게는 이 요건을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아예 이 요건을 없애기 위해 '한자 졸업요건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추진하며 학교 측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대학생들의 제1목표가 취업으로 귀결되면서 학생 사이에서는 졸업요건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중앙대 총학생회가 재학생 4천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90%가 한자 졸업 요건 폐지에 찬성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한자 졸업 요건이 취업 시장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승혁 중앙대 총학생회장은 "학생 사회 내에서 한자 졸업요건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다"며 "취업시장에서 기업 채용 담당자들도 한자 시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대학 졸업요건이 취업한 학생들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졸업요건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사회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면서도, 향후 대학 졸업생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취업이 용이했을 때는 대학이 '교양의 터전'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가 높은 청년 실업률을 경험하며 대학도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거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