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계에서 시작한 '학교폭력' 고발이 연예계로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연예인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다는 수준의 고발이었다면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이제는 길고 구체적인 글을 써서 직접 가해자를 저격하는 형식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공개적으로 고발당한 후 과거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긍적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발이 점점 확산하면서 글쓴이와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 간에 지난한 공방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우 조병규(25)의 학교폭력 폭로글은 하루 만에 허위로 판명났습니다. 이 글은 조 씨가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교 동창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병규 측은 다음 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글 작성자가 "허위글이었고, 잘못을 후회하니 선처해달라"며 연락을 했다며 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병규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진실공방을 벌이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조병규는 오늘(23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선처를 해주기로 했지만, 그 이후 악의적인 글들이 올라오며 글의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과 말 몇마디면 진실인 것처럼 돼버리는 상황에 당황했고,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사실과 다른 주장과 반박들로 인해 26년 간 살아왔던 삶에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고 토로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글은 삭제됐지만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습니다. 법리적으로도 게시글을 삭제한다고 해도 여전히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법무법인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잠깐만 올렸다가 지워도 명예훼손 사실이 인정된다"며 "곧바로 지우면 선처가 될 수는 있지만 곧바로 글을 삭제한다고 해서 유무죄가 갈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시글을 캡쳐한 사진 등의 형태로 원글이 어딘가에 보존돼있을 수 있고,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피해자가 이를 제시하면 명예훼손을 입증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글쓴이가 익명의 대상을 상정해 폭로를 했는데 뜻하지 않은 대상이 가해자로 몰려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배우 박혜수의 경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자 연예인 학폭' 고발 글의 대상자로 몰려 홍역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글 작성자 A 씨는 어제(22일) '여자 연예인에게 학폭당한 글 올린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에게 학교 폭력을 자행한 연예인은 박혜수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A씨는 게시물이 확산한 후 진짜 가해자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몇백 개의 댓글을 다 읽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박혜수가 거론됐을 때 아니라고 말하지 못 했다"며 "당시에는 박혜수라는 연예인을 몰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일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이후 이틀 동안 배우 박혜수가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법무법인YK 김범한 변호사는 "(고발성 글이) 특정인으로 지목이 돼 피해를 입었다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나는 그 사람을 말한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네티즌들이 특정인을 지목하는 상황을 야기한 것은 본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만약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로 누구를 지목한 것인지 특정하지 못한다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지어냈다면 명예훼손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유명인이기에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허위 폭로를 경계해야 진짜 피해자들의 고발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