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는 을 중의 을입니다. 없는 수입에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기지만 '콜'이 끊길까봐 항의도 못해요." (대리기사 김 모씨(60))
대리운전 업체들이 기사들에게 20%의 콜 수수료 외에 각종 명목으로 매월 수십만 원의 돈을 떼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들은 매일 실적 달성을 강요당하고 분쟁 시 회사에 의해 '영업제한'을 당하는 등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업체들은 기사들에게 월 평균 약 40만원의 추가 금액을 징수하고 있었다. 월 수입이 150만원에 불과한 기사들에겐 상당한 액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를 보면 대리기사들은 콜을 분배하는 프로그램의 사용료로 월 평균 3만7000원을 낸다. 개당 1만5000원인데 콜을 많이 받기 위해 보통 2~3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리기사 박모 씨(62)는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해서 1개의 프로그램으로 통합 운영해도 되는데 여러 개로 나눠 2배, 3배로 사용료를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들은 관리비 명목으로도 프로그램 1개당 매일 500~1000원을 내고 있었다.
가장 원성이 높은 것은 보험료다. 대리기사가 1개 회사에 납부하는 월 보험료는 평균 11만8000원이다.이 가운데 30%는 대리운전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다른 대리운전 회사에서 가입한 보험은 인정해주지 않아 기사들은 보험료를 이중, 삼중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대리기사들은 콜을 많이 받기 위해 여러 회사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다. 박 씨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 데다 다른 회사에서 들은 보험은 인정해주지 않으니 보험장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사들은 평균 2.3개의 회사에 소속돼있어 보험료로만 월 27만1400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험 중복가입과 보험수수료 부과로 월평균 보험료가 2013년의 1.6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기사들은 비싼 보험료를 강요받지만 보장은 형편 없다고 토로한다. 사소한 사고를 내도 면책금으로 30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일부 손님은 이를 악용해 기사들에게 돈을 뜯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기사 진모 씨(61)는 "기사들은 1년에 3회 이상 사고를 낼 경우 일을 할 수 없다"며 "이를 알고 있는 일부 손님들은 작은 긁힘만 생겨도 사고 접수를 안 하는 대신 20~3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리운전 업체는 이동용 셔틀차량을 운영하는데, 기사가 이용을 안해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업체도 있었다. 1회 평균 2400원, 1달 평균 7만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사들은 성사된 콜을 취소할 경우 프로그램 이용이 정지되거나 평균 1526원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에 10건이면 1만5260원을 납부하는 셈이다.
금전적 갑질 외에도 기사들은 일일 콜 횟수를 채우는 소위 '숙제'를 강요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목요일 22~1시 사이에 콜 2건을 하거나 4만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하는 식이다. 금요일은 21~1시에 콜 3건이나 5만원 이상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업체가 1시 이후에 콜을 주지 않는다. 김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콜 수가 급감해 '숙제'가 사라졌지만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실적 달성 강요가 시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리기사를 철저하게 을로 만드는 것은 영업을 못 하게 콜을 안 주는 '락'이다. 대리운전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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