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내용이 완벽하게 갖춰진 완판 '홍길동전'의 원간본(초간본) 2종이 처음으로 발굴됐습니다.
홍길동전은 서울에서 인쇄된 경판본(京板本)을 비롯해 안성판본(安城板本), 완판본(完板本), 필사본 등 네 종류가 있는데, 완판본은 전북 전주에서 간행된 책을 말한다. 원간본(原刊本)은 여러 차례 출간된 책 중 맨 처음 간행된 것입니다.
오늘(19일) 유춘동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천과 강릉에 거주하는 개인들이 완판 '홍길동전' 원간본 36장본과 35장본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조선 후기 서민들 사이에서 소설의 인기가 높아지자 소설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목판으로 인쇄한 '한글 방각본(坊刻本) 소설'이 출현했습니다. 한글 방각본 소설은 서울, 안성, 전주처럼 경제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간행됐습니다.
이번에 발굴된 완판 '홍길동전' 원간본은 조선시대 전주의 대표 방각본 출판사였던 완서(完西)와 완산(完山) 두 곳에서 간행된 것입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완판 '홍길동전'은 1857년 완서 방각소에서 전체 36장본의 형태로 처음 출간됐습니다. 이 책이 인기를 얻자 1860년쯤 경쟁업체였던 완산에서 전체 35장본으로 '홍길동전'을 출간했습니다.
유 교수는 "완서에서 처음 간행한 한글 방각본 소설인 '조웅전'과 '장풍운전'을 보면 서체나 판형이 36장본과 동일한데, 조웅전에 '丁巳孟秋開板'(정사맹추개판, '정사년 초가을에 처음 출판하다'란 뜻)이란 간기(刊記, 출판 시기 및 장소·간행자를 적은 부분)가 있어 이를 토대로 홍길동전이 1857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35장본도 동일한 필체와 판본의 조웅전이 1860년 완산에서 간행돼 같은 해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후발 업체인 완산은 앞서 간행된 36장본과 경쟁하기 위해 장수를 줄이고 가격을 내려 35장본을 출간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용을 줄이면서 결함이 많아졌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했습니다.
유 교수는 지난달 경판 '홍길동전' 낱장도 발굴했습니다. 이 낱장은 서울의 유동(油洞, 由洞) 방각소에서 간행한 '천자문'의 배접된 종이 안쪽에서 발견됐습니다. 간행 시기는 현전 경판본 중 가장 이른 1847년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낱장에는 길동이 집을 나서 활빈당으로 들어가 활빈당의 우두머리가 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유 교수는 "경판 낱장 자료와 완판을 비교해보면 내용이 대부분 일치한다"면서 "이를 근거로 완판은 경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전에도 36장본과 35장본이 발굴된 적이 있으나 완전한 상태로 확인된 자료가 없었고, 간행 시기도 분명치 않
새로 발굴된 '홍길동전'에 관한 내용은 오는 20일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진행하는 제230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