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국내에 가장 먼저 물량이 풀리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만 65살 미만부터 접종을 우선 진행합니다. 65살 이상 고령층의 경우 접종 효과 논란이 지속 중인 점을 감안해 추가 임상시험 자료가 나올 때까지 한 달가량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중에는 요양병원·요양시설 내 만 65살 미만 입소자, 종사자를 시작으로 고위험 의료기관 보건의료인, 코로나19 대응 인력 등 총 76만 명이 접종을 받습니다.
정부는 접종 순서가 바뀔 뿐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 달성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접종 계획이 초반부터 흔들리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1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26일부터 전국의 요양·정신병원,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등 5천800여 곳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접종 대상은 만 65살 미만의 입소자, 종사자 약 27만2천 명입니다.
정부는 각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사전 등록한 접종 대상자 명단을 바탕으로 최종 대상자를 수정, 보완할 방침입니다. 각 지역 보건소가 19일까지 명단을 확정하면 필요한 만큼의 물량이 배송됩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관계자는 "의사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접종하고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등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설은 방문 접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월이 되면 보건의료인, 코로나19 대응 인력 등이 접종을 받기 시작합니다.
중증 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과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 35만4천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됩니다.
정부는 이르면 3월 8일부터 이들에 대한 접종을 시작할 방침입니다.
119 구급대와 역학조사 요원, 검역 요원, 검체 검사 및 이송 요원 등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일하는 1차 대응 요원 7만8천 명에 대해서도 3월 중에 접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받게 될 화이자 백신도 이르면 이달 말 혹은 3월 초에 국내에 들어올 전망입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 안팎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해 보관·운송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이 들어오면 중앙 및 권역예방접종센터를 통해 감염병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운영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등 5만5천 명에게 순차적으로 접종할 방침입니다.
계획대로라면 1분기 내에는 약 76만 명이 백신을 접종받게 됩니다.
정부는 2∼3월 접종 계획을 확정하면서 만 6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중증질환 예방 효과 등은 확인됐지만, 고령층에 대한 효능을 두고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지속 중인 만큼 추가 자료를 검토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목표, 접종률 등을 고려할 때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감염에 취약하고 치명률까지 높은 만 65살 이상 요양병원 입소자에 대한 접종이 뒤로 밀리면서 당초 정부가 목표한 '중증 및 사망 예방'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실제로 요양병원·요양시설 내 만 65살 미만 입소자는 4만3천여 명으로, 전체 입소자(37만4천 명)의 11.6%에 불과합니다. 종사자를 포함한 전체 64만8천855명 중에서는 6.7%에 그칩니다.
입소자의 88.4%를 차지하는 만 65살 이상 환자는 추가 임상 자료가 나오는 3월 말까지 약 한 달 반 가까이 백신 없이 버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령 종사자까지 포함할 경우 접종이 늦춰진 고령층 숫자는 약 37만 명에 달합니다.
정 청장은 "현재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집단발병을 보면 장기입원하거나 입소한 환자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하시는 종사자를 통해 감염이 유입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2, 3월 접종계획을 일부 조정한 것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적어도 2분기에는 (65살 이상에 대한)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유럽 각국이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제한하거나 연령대 제한을 둔 상황에서 자칫 정부의 '신중한' 결정이 국민들에게는 잘못된 신호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의 발표는 결정을 미루고 문제를 피해간 것"이라며 "이런 판단이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릴까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