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인 가운데 독감 접종을 한 뒤 이상 반응을 신고했던 사례가 2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접종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졌던 상황에서 사망 사례가 신고된 건수도 110건이나 달했습니다.
오늘(29일) 질병관리청이 펴낸 '2020∼2021 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 신고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을 신고한 건수는 2천59건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신고 또는 보고된 사례를 합친 것입니다.
연도별 이상 반응 신고 현황을 보면 이번 절기의 급증세가 두드러졌습니다.
2017∼2018 절기 이상 반응 신고는 92건으로 100건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후 2018∼2019 절기, 2019∼2020절기에 각각 130건과 170건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2천여 건으로 치솟았습니다.
접종 10만 건 당 신고 건수는 9.8건에 달했습니다.
신고된 이상반응 종류는 발열 345건(16.8%), 알레르기 반응 401건(19.5%), 접종 부위 통증 등 국소 이상 반응 242건(11.8%) 등이 많았습니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중증 부작용 사례 중 하나인 '길랭-바레 증후군'을 비롯해 경련 등 신경계 이상 반응을 신고한 건수는 72건(3.5%)이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어르신이 995건(48.3%)으로 가장 많았고 어린이가 560건(27.2%)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절기 약 4개월 동안 독감 예방 접종을 한 뒤 사망했다고 신고된 사례도 110건이나 됐습니다. 2019∼2020 절기(2건)와 비교하면 무려 55배로 늘었습니다.
보건당국은 "예방접종 사업 초기에 발생했던 '상온 노출' 문제 등으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사망자 110명이 신고된 시기는 상온 노출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중순∼11월 초반에 집중됐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 18일까지는 사망 신고 사례가 1건에 그쳤지만 10월 19∼25일 일주일 동안에는 60건이나 속출했습니다. 이후 24건, 13건, 7건 등으로 서서히 줄긴 했으나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신고된 사망자 가운데 70대 이상이 89건으로, 전체 사망 사례의 80.9%에 달했습니다.
질병청은 "사망 신고 사례에 대한 피해조사반 신속 대응 회의를 20차례에 걸쳐 개최하고 관련 내용을 심의한 결과, 110건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률을 고려했을 때도 특이점은 크지 않았다고 질병청은 분석했습니다.
2015∼2016절기부터 2019∼2020절기까지 65세 이상 연령군의 사망률을 파악한 결과, 국가인플루엔자 예방접종사업 기간에는 하루 평균 594명(530명∼65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접종을 아예 하지 않은 미접종군의 사망률은 접종군에 비해 6.2∼8.5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질병청은 "독감 백신의 냉장 유통(콜드체인·cold chain) 유지 논란 등으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과대한 불안으로 접종 기피 현상이 발생했으며, 예년과 비교해 이상
질병청은 이번 경험을 토대로 예방접종에 있어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 제고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질병청은 맺는말에서 "우리는 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국민 무료접종을 앞두고 있다"며 "국민 70% 이상의 높은 접종률로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반의 사전 준비를 해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