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 급식에 세제에 쓰이는 계면활성제 성분과 모기 기피제가 들어간 액체를 뿌려 경찰이 조사에 나선 적이 있었죠.
경찰이 1년치 CCTV를 분석했는데, 확인된 범죄만 다섯 차례가 넘었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 교사가 점심시간에 교실 앞에 마련된 급식 통에 다가가더니, 뚜껑을 열고 무언가를 음식 위에 뿌립니다.
1분 뒤, 다시 돌아와 물통을 열고 무언가를 뿌립니다.
엿새 뒤에도 같은 행동을 이어갑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 급식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뿌리는 장면입니다.
국과수 분석 결과, 이 교사에게서 압수한 약병 속 액체에서는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심지어 경찰이 분석한 1년치 CCTV에 찍힌 범행 장면만 다섯 차례가 넘었습니다.
▶ 인터뷰 : 피해 아동 부모
- "원래 밥을 먹으라고 하면 '많이 먹어. 다 남기지 말고 먹어' 이러는데 그 CCTV를 보는 순간 엄마들은 울어요. 서너 번씩 갖다 먹는 거예요."
밝혀진 피해 아동만 17명으로, 아이들은 당시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구토를 했습니다.
▶ 인터뷰 : 강재헌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구토, 복통, 설사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장기간 섭취했을 때는 아이들은 성장에도 문제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는 "맹물을 뿌린 것이고 모션을 취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측의 대응도 허술했습니다.
유치원 측이 교사의 행동을 최초로 확인한 건 11월 16일.
당일 교사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유치원 측은 "아이들과 교사를 바로 분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교사는 조사를 받은 다음 날 또 출근해 장애아동 반 물컵과 간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치원 측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교사는 교육청에 직위해제 처분 취소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터뷰 : 피해 아동 부모
- "나중에 나와서 티 안 나게 아이들을 죽일 수 있는 거예요. 서울시내 다른 학교 가서 일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서울 금천경찰서는 해당 교사가 동료 교사의 물병에 액체를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김영호 기자·변성중 기자
영상편집: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