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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저희 학교에는 한 학년에 500명 남짓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1,2,3학년을 합치면 전교생이 1,500명에 달하는 큰 학교였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였으니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찾아본 제 모교의 (지난해) 전교생은 550명에 불과했습니다. 15년 사이에 1/3 가까이 줄어든 셈이죠. 학교가 당장 문을 닫아야하는 수치는 결코 아니었지만,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로 바글바글했던 추억 속 학교와 전교생 550명이라는 숫자 사이에는 너무 큰 괴리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학교는 안녕한가요? 대한민국이 매년 갱신중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의 여파가 학교를 덮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서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고 하니, ‘학생들의 실종’은 점점 더 빨라지고, 학교도 점점 작아지겠죠.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교육부가 발표한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추진 계획>을 보면 나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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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학교 규모. 그러니까, 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는, 통·폐합을 고려해야 하는 ‘미니학교’란 뜻이죠.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미니학교가 있을까요?
데이터루는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를 통해 받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2020년 데이터(분교 제외, 본교 기준 전체 11,659곳)를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전국의 미니학교 비율은 26.6%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전국 학교 중 1/4이 넘는 곳이 미니학교라는 뜻이죠. (총 3,11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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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전라북도가 전체 학교의 절반 이상(50.9%)이 미니학교로 분류되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전라남도(49.6%)와 강원도(47.3%), 경상북도(45.4%) 등도 50%에 육박하며 높은 미니 학교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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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미니학교 비율은 12년 전인 2008년에 비해 9.9%p 증가하며 매년 1%p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는데요. 서울은 세종(7.8%)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인 8.2%를 기록했지만 2008년과 비교하면 8배 넘게 뛰며 가장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저희는 몇가지 지표를 이용해 미래의 전국 미니학교 비율을 예측해보기로 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를 활용했는데요. 통계청이 2047년까지의 시도별 인구를 연령과 성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예측한 자료입니다.
먼저 2008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국 학령인구’와 ‘학령인구의 수도권집중도’를 독립변수로 ‘전국 미니학교 비율’을 종속변수로 하는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해, 회귀식을 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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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회귀식을 바탕으로 2047년까지 전국 미니학교 비율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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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6.6%인 비율은 점점 높아져 2034년에는 33.0%를 기록합니다. 전국 학교 중 셋 중 한 곳이 미니학교로 쪼그라든다는 것이죠. 예측 마지막 해인 2047년에는 무려 40%에 육박하는 38.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런 미니학교 중 많은 수는 복식학급으로 운영됩니다. 두 개 이상의 학년이 하나의 학급으로 합쳐진다는 뜻인데요. 도시의 대형 학교들이 방과후 교실 등으로 준비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언감생심. 정상적인 수업 조차 진행하기 힘들겠죠.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이런 미니학교를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수가 적어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수도 적다 보니,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닌 수업을 맡기도 하고, 행정업무를 맡는 등 정상 학교에 비해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죠.
전반적인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미니 학교’지만 교육 당국 입장에서도 이런 미니학교들을 무작정 통·폐합할 수는 없습니다. 농어촌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지역 학생들의 학습권이 크게 침해당할 뿐 아니라 지역 인구의 이탈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학교를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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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폐교한 강원도 평창 가평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소멸은 단순히 교육 현장의 문제가 아닌 사회종합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단장은 “일부 지역에 많은 인구가 쏠리는 불균형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미니 학교를 무작정 폐교한다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또 “교육 당국과 지자체가 협력해 미니 학교를 보존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ICT 기술 등을 활용해 미니 학교 수업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도 덧붙였고요.
출산율이 극적인 반등을 하지 않는 이상, 어쩌면 미니 학교가 전국 학교의 보편적인 모습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공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화해야겠죠. 지금부터 교육 현장과 정부, 시민 사회가 머리를 맡대고 고민을 시작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KDX한국데이터거래소는 자세한 취재 데이터(바로가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루 = MBN데이터취재팀 민경영 기자 (KDX데이터AI 취재팀장 겸임)
그래픽: 전재영(K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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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루는 MBN 데이터취재팀과 KDX한국데이터거래소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데이터저널리즘 브랜드입니다.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보고자 오늘도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