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막강한 권한을 쥔 경찰이 서투른 업무 처리와 부패 사건 등으로 망신을 자초하며 불신을 사고 있습니다.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권한에 걸맞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은 16개월 여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국민 공분을 샀습니다. 정인양이 숨지기 전 3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양부모는 물론이고 경찰을 향한 사회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놓고도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초 경찰은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내사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촬영한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수사에서 이 차관이 운행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으로 보고 내사 종결한 경찰을 향한 따가운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확보한 영상을 경찰이 놓친 점도 경찰로서는 뼈아픈 대목입니다.
경찰은 오랜 염원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루고 기존 조직을 국가·자치·수사 경찰로 나눈 2021년을 책임수사의 `원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수사를 제대로 할 역량이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3세 아동에게 물을 억지로 먹인 학대 사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원생 부모가 법원을 통해 확보한 CCTV에서 추가 학대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보육교사 2명과 원장에 대한 법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 검찰이 변론 재개를 신청해 선고가 미뤄졌고, 경찰은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증거자료인 CCTV 영상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무능함이 드러난 셈입니다.
대전지검은 경찰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 관련 사건을 재수사해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하기도 했습니다. 전 부원장 A(57)씨는 세종시 거주지에서 의식을 잃은 여직원 B씨를 4시간 넘게 차량에 태운 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광주에서는 20일 만에 검거된 금은방털이범이 현직 경찰관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습니다. 이 경찰관은 금품을 훔친 뒤 차량 번호판을 가리고 CCTV 감시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하는 등 수사 노하우를 범행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민과 전문가는 경찰이 국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장인 이모(38)씨는 "검찰의 힘을 빼서 경찰에 실어준 것은 그동안 검찰이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서지, 결코 경찰이 국민 마음을 얻어서가 아니다"라며 "10만명이 넘는 경찰 개개인은 자신이 조직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각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계속해서 큰일이 터지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대한 국민 인식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며 "경찰 지휘부는 지금이라도 알을 깨고 나오는 심정으로 조직 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