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020 청소년 사이버 폭력 예방 푸른코끼리 포럼`에서 김해온 청소년 연사가 `사이버 폭력,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범죄`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
코로나19로 지난해 학교가 문을 닫은 사이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교문 경계가 무색한 '사이버 따돌림'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의 온라인·미디어 사용이 급증한 가운데 사이버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4일부터 같은 해 10월 23일 사이에 진행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약 295만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은 0.9%(2만7000명)였다. 초·중·고교생 10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얘기다. 이는 2019년(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17년(0.9%) 이후 3년 만에 최저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사례가 3.6%에서 1.8%로 크게 줄었다. 중학교(0.8%→0.5%)와 고등학교(0.4%→0.2%)도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피해유형별로 보면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처럼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비중이 커진 것이다.
비중면에선 언어폭력이 전체의 33.6%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2019년 조사 때보다 2.0%포인트 줄었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8.9%에서 12.3%로 3.4%포인트나 확대됐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모호한 집단따돌림도 23.2%에서 26.0%로 2.8%포인트 늘었다.
신체폭력이나 금품갈취와 같이 눈에 드러나는 육체적·물질적 피해 사례가 최근 수년 간 감소해 왔다면, 정신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비접촉 폭력 사례가 눈에 띄게 확대되거나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학교폭력 유형 중 금품갈취는 2013년 10.0%에서 2020년 5.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체폭력도 10% 밑선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언어폭력은 30%대를 유지하고 있고, 집단따돌림은 16.6%에서 26.0%로까지 확대됐다.
실제 최근 교육현장에선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있는 아동·청소년들의 혐오표현 행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학생 사이에서 특정계층이나 성별을 깍아내리는 잘못된 언어문화가 교우 갈등과 사이버폭력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사들은 사이버폭력이 날로 진화하면서 조기에 감지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 혼자만 남겨두는 '방폭'이나 특정 학생을 지속적으로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
향후 교육부는 현장 목소리와 조사결과를 분석해 다음 달 중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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