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A씨(64)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기소 사안 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교수는 지난 2014년 아들이 수강 예정인 수업의 담당교수 B씨에게 "외부강의를 위해 강의록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강의 포트폴리오와 기출문제를 받아 아들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교과목 포트폴리오에는 수강생 전체 실명과 문항·채점 들어 있어 (외부 반출 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 또 (포트폴리오에는) 시험 문제지 및 수강생 샘플 답안지가 포함돼 있다"며 "시험지와 수강생 답안지를 특정 학생에게 공개할 경우 공정성과 공교육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포트폴리오 파일을) 아들에게 전달하면서 메일 본문에 '보안 유지할 것'을 기재했고 B교수에게도 보안 유지할 것을 기했다"며 "피고인은 공무상 비밀누설 고의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A교수 측은 재판과정에서 "아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강의 포트폴리오는 비밀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교과목 포트폴리오가 공무상 비밀로 보는게 타당하다며 피고인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2014년 9월 아들에게 보낸 일부 기출문제에 대해서는 비밀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판사는 A교수가 B교수로부터 기출문제 등 강의자료를 건네 받은 시점과 실제 이 교수 아들이 시험을 치룬 시점이 가깝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그 행위가 B교수 행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출문제와 실제 시험문제 사이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판사는 "국립대 교수가 아들에게 직무상 알게된 강의포트폴리오 누설은 국립대 공정성에 지장을 초래했고 이에 따른 공교육 신뢰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오랜 기간
서울과기대 측은 "A교수는 직위해제 중이라 강의는 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처분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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