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를 인형처럼 생각했던 것인지…제 딸과 정인이에게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과거 자신의 딸을 입양가정의 아동학대로 떠나 보낸 한 미혼모가 '정인이'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7일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협회 인트리'는 7일 2016년 대구 입양아 아동학대 치사 사건의 당사자인 '달래 엄마'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자신의 심경을 이 단체에 보내왔다고 한다.
딸 '달래(입양 후 은비)'를 입양 보냈던 미혼모로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편지에서 "아이(달래)는 여러 번의 파양을 경험했고 마지막 양부모의 집에서 학대를 받아오다 목숨을 잃었다"며 "이 끔찍한 일을 입양원이 아닌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 입양 부모들은)입양아를 마치 인형처럼 생각했던 것인지 그들이 생각했던 아이가 아니라면 마음대로 괴롭히고 매정하게 파양이 되는가"라며 "이러한 사실을 입양원에서는 친모인 저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또 "사전에 알았더라면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텐데 입양원의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났다"고 했다.
달래가 당시 병원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결국 입양 가정으로 돌아간 점을 언급하며 "아이는 동물보다 못한 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너무 아팠을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인이 사건'이 입양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옮겨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입양 관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나온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입양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현쟁 입양 제도에 분명 문제가 있으니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트리와 국내입양인연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미혼모협회 아임맘, 뿌리의집, 정치하는엄마들, 탁틴내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등 10개 단체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한 정부의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홀트아동복지회는 정인이의 고통을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기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했는지 묻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의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홀트아동복지회는 학대신고가 있었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기 전에 아동학대의 징후를 확인 못했는지, 이후 3차례에 걸쳐 양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이뤄졌을때 사후관리 내용은 무엇인지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 6일 "정인이에게 진신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입양 절차와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양부모와 입양 신청일부터 친양자 입양신고일까지 총 7차례 만남을 가졌고 사후관리 기간인 8개월 동안 3차례 가정방문, 17회 전화 상담을 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측은 "아동학대신고에 의한 비정상적 방문은 방문 회차에서 당연히 제외해야 하고, 그 결과 확인을 겸한 정상적인 방문이 2회 이상 더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입양실무매뉴얼을 근거로 (아동학대)2차신고 또는 3차신고에서 강력하게 분리보호조치 또는 파양 철차를 진행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달래 엄마'의 편지 전문
저는 미혼모로 홀로 아이를 키우다 입양을 보냈었던 사람입니다.
제 아이는 입양원에 보낸 후 여러 번의 파양을 경험했고, 마지막 양부모의 집에서 학대를 받아오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끔찍한 일을 입양원이 아닌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좋은 환경과 안정적인 곳에서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입양을 보냈지만 현실은 정말 달랐습니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여러번 다른 양부모들을 만났었고, 학대 후에 파양을 당했던 것입니다. 입양아를 마치 인형처럼 생각했던 것인지 그들이 생각했던 아이가 아니라면 마음대로 괴롭히고 매정하게 파양이 되는가 봅니다.
하지만 아이는 여러번 환경이 바뀌게 되는 것이고, 다른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학대와 함께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했을 겁니다. 이러한 사실을 입양원에서는 친모인 저에게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입양이란 잘못된 생각을 고치고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텐데 입양원의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났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꿈속에 아이가 나타나고,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저를 찾았을지, 아니면 얼마나 저를 원망했을지.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외쳐보아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돌아오고 후회로 가득하지만 되돌리기엔 이제 늦엇습니다.
병원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아이는 동물보도 못한 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학대 당한 ㅇ냥부모의 집으로 다시 돌아갔으니까요.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는 죽어서도 고통을 당했습니다.
온전하지 못한 아이의 시신을 보고 아이와 함께 했었던 모든 순간들이 스쳐지나갔고, 너무 아팠을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정말 돌이키고 싶었습니다.
입양 절차 중 양부모의 학대 조사중에 양부모에게 친권이 넘어갔고 저는 아이의 친권도 찾지 못한 채 죽인 양부모의 성씨로 장례를 치렀습니다. 화장 후 정말 한줌의 재가 된 후에 제 품에 돌아 왔습니다. 지금까지도 아이를 입양 보낸 것에 너무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에도 고통스럽습니다.
떠난 아이의 따뜻했던 손을 다시 잡아보고
지금 옆에 있는 아이의 손을 놓지 마세요. 아이도 지금이 가장 행복할거예요. 당신이 부럽습니다.
입양아가 되어 저의 아이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바라며 달래와 정인이에게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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