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된 옷을 입어 굴곡이 드러난 신체 부위를 공개 장소에서 몰래 촬영해도 성범죄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2018년 하차하려고 버스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 씨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동영상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B 씨는 당시 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지만 옷이 밀착돼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신체의 굴곡이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A 씨는 출입문 맞은편 좌석에 앉아 B 씨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는데 특정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1심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A 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피해자 노출 부위가 목과 손·발목 등이 전부였고 신체 부위를 확대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A 씨의 무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했다고 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연속 재생, 확대 등 변형·전파 가능성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촬영의 대상, 촬영 결과물, 촬영의 방식 등 피해자가 촬영을 당한 맥락, 피해자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성적 자유를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에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한 최초의 판시"라고 말했습니다.
[ 김지영 기자 / gutjy@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