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의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모습. [사진 제공 = 주사랑공동체교회] |
베이비박스는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이다. 새해 첫 날에는 남자 아기와 여자 아기 총 2명이, 이후 하루에 한 명 꼴로 아기가 들어왔다. 현재 베이비박스에는 총 10명의 아기가 보호되고 있다. 연초부터 베이비박스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거의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
생후 16개월 아기가 양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사망에 이른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베이비박스 운영 기관에서는 입양 가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으로 입양에 편견이 생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원 가정에서 키울 수 없는 아기들이 안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기 위해서는 입양이 절대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베이비박스 운영 기관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 한 해 베이비박스에는 137명의 아기가 버려졌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남자아기 1명이 이곳에 왔다.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진 지난 2009년 12월 이래로 11년 간 베이비박스로 온 아기는 총 1822명이다.
작년은 베이비박스가 생긴 이래로 가장 적은 수의 아기가 버려진 해다.
임신 14주 내에서는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이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낙태를 선택한 부모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만 벌써 5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온 상황이다. 지난 2019년 1월 11명, 지난해 같은 달 9명의 아기가 버려진 점을 감안하면 이미 예년의 절반 수준을 채웠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예전에는 새벽이 아기가 많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천차만별"이라며 "주목할 점은 지난해 기준으로 원 가족이 아기를 다시 키우거나 입양을 보내는 가정보호율이 36%로 높아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친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목사는 "엄마는 산후우울증으로 몇 번 자살기도를 했고, 장애가 있던 아기가 이곳에 왔다"며 "코로나로 시설에서는 아기를 받아주지 않아 엄마와 아기 모두 불행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 [사진 제공 = 주사랑공동체교회] |
원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아기는 입양이나 시설로 보내진다. 이 목사는 아기의 입장에서 입양을 가는 게 차선책이라고 했다.
그는 "보육시설이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단체생활이 아이들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크다"며 "아이들이 18세 이후 400만원을 받고 출원하는데, 고시원에서 살다가 안 좋은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인이 사건에 대해 제도적인 공백을 지적했다. 입양에 필요한 서류를 완성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양이 진행되는데, 문제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입양기관에서 아기의 입양을 맡았다면 입양특례법 이후 사법부의 판단으로 입양이 이뤄진다"며 "추후 사례 관리는 민간기관이 담당하는 데 강제성이 없어 학대 정황을 파악해도 아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인이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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