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유산유도제)이 합법이라는데 국내에선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낙태죄 처벌조항이 2021년 시작과 함께 사실상 폐지됐으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관련법 조항 개정 시한 내 정부와 입법부가 대체입법을 하지 못함에 따라 임신 중단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오늘(3일) 온라인에서도 "낙태죄 폐지 이후엔 당장 유산유도제를 구매할 수 있나", "아무 병원이나 찾아가서 낙태 수술을 요구할 수 있는 건가" 등 기준을 의문스러워하는 질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 처벌조항 폐지됐다고 '무조건 낙태' 불가
낙태죄 처벌조항이 폐지됐다고 임신중단 시술이 자유롭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의료계가 '선별적 낙태 거부'를 선언한 터라 병원을 찾았다가 거부당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조건 없는 낙태시술을 임신 10주(70일: 초음파 검사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미만에만 시행한다는 지침을 지난해 말 내놨습니다. 22주 이후에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보다 엄격합니다. 법무부안은 임신 14주 내에선 아무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15∼24주 이내엔 조건부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임신 주수가 높아질수록 수술에 따른 위험성도 커지는 점, 의학 발달로 22주 된 아기는 모체 밖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커져 사실상 조산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현장에서는 의사 재량에 달렸지만 현재까지 이런 지침에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임신 10주차 미만이라고 언제 어느 병원에서든 낙태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의사가 개인 신념을 내세워 시술을 거부하면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 미프진 '직구'는 여전히 불법
낙태죄 처벌조항이 효력을 잃음에 따라 수술뿐 아니라 약물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도 가능해집니다.
임신중절 의약품은 미프진 등 유산유도제가 대표적입니다. 그간 약물로 낙태하길 원하는 여성들은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을 통해 암암리에 유산유도제를 구매했습니다.
다만 당장 시중에서 미프진 등을 합법적으로 구매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임신중절 약물이 수입돼 국내에서 유통되려면 약사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식약처에 수입 허가신청을 낸 제약회사는 없어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채규한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현재 허가 신청을 원하는 몇몇 업체와 논의하는 중"이라며 "통상 일반 의약품은 허가부터 심사를 거쳐 상용화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번 의약품은 국민의 요구를 고려해 업체가 허가 신청을 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 당분간 현장 혼란 불가피…대체입법 서둘러야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대체입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입법 공백 상황에서는 낙태라는 행위를 법·제도의 영역에서 판단할 근거가 없어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낙태라는 행위를 국가가 관리하고 지원 또는 통제하는 영역으로 끌어오자면 임신중단 약물의 사용 허가, 중절수술의 건강보험 급여화, 공적 지원체계 도입, 정보 제공 및 상담 지원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힙니다.
임신 몇 주부터 낙태를 허용할지를 두고도 아직 입법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임신 주수 기준을 아예 폐지하는 법안부터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입법공백에 따른 혼란 최소화를 위해선 국회의 신속한 입법이 시급하다"며 "다만 법 제정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소요되므로 현장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나 정부가 우선 구체적인 지침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