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 A씨는 상습절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과만 10건에 달한다. 그에게도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A씨는 1970년대 후반 국방부 식당에서 면을 만드는 '국수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에는 연탄을 배달해 생활비를 벌었고, 한 때는 가구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혼을 겪고, 공장이 망하며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는 예식장에서 하객을 위장해 축의금을 훔치는 상습 절도범이 됐다. 그는 "열심히 살았는데 이혼 이후 교도소 생활을 자주 하게 됐다"고 했다. 또 "돈벌이 할 게 있으면 (교도소에) 안가고, 돈벌이 할 거 없으면 (교도소에) 갔다. 이젠 전과가 늘어나버려 취직도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고령범죄자의 범죄경력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한 사례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65세 이상 고령층이 사기나 절도 등 재산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재산범죄자 가운데 경제 수준이 낮은 경우는 70%에 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위기의 노인들이 범죄로 내몰리고 있다.
1일 대검찰청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해동안 65세 이상 고령자 10만명당 479.9명이 재산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지난 2010년 고령자 10만명당 203.6명이 재산범죄를 저지른데 비해 약 135.7% 늘어난 수치다. 재산범죄는 사기와 횡령, 배임, 손괴 등이다. 지난해 기준 절도와 사기가 차지하는 고령 재산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7%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10만명당 재산범죄자 증가율은 7.5%에 불과했다. 고령층에서만 재산범죄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다른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소득 수준이 파악된 고령 재산범죄자 가운데 하층에 속하는 비율은 69.6%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약 37.4%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층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과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고령 재산범죄자의 64%가 전과 1범 이상으로 나타났다. 전과 9범 이상의 비율도 15.8%에 달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중에 단연 1등인데, 베이비부머 세대도 경제 활동에서 퇴장하고 있다.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는 고령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계층 격차가 커지며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고 있는 점도 고령 재산범죄자가 늘어나는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잘 모니터링해 고령층이 범죄로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범죄 유형에서도 고령범죄자 발생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10만명당 살인 등 흉악범죄자 발생비는 194% 늘었다. 전체 사건수가 많지 않음을 고려해도 상승률이 높다. 폭력범죄와 교통범죄 발생비는 각각 55.9%, 73.1%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10만명당 발생비 증가율은 21.4%와 -6.8%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 기준으로 폭력범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박형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 보고서에서 "(고령범죄자의) 범죄 시작 요인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가난 또는 경제곤란"이라고 밝혔다. 또 "범죄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사례들에서 중요하게 나타나는 요인은 결혼과 정규적인 노동 참여"라며 "이들은 결혼을 통해 얻은 안정 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 경제활동 참여 등으로 범죄를 중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고령범죄자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의 재범을 막을만한 시스템은 미흡하다. 재범방지 시스템을 총괄하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는 소년보호과와 소년범죄예방팀만 꾸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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