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첫 날인 1일 전국 해맞이 명소에 정부와 자치단체의 '가지도 오지도 말라'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렸다. 동해안 등 일출 명소를 폐쇄했지만 통제선 밖 사각지대로 해맞이객이 몰리면서 곳곳에 방역 구멍이 생겨났다.
이날 새벽부터 강원 동해안 일출 명소인 경포와 정동진, 낙산 등 주요 해변 인근 도로는 일출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점거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경포 주변은 밤 새 해맞이객 차량이 길게 늘어섰고, 정동진으로 향하는 일부 도로 역시 차량이 대거 몰려 단속반원들이 애를 먹었다. 양양 낙산해수욕장 주차장도 새벽부터 몰려든 해맞이객들이 진을 쳤다.
해변 출입이 제한되자 사각지대로 몰린 것이다. 이날 강릉의 경우 옥계에서 주문진까지 약 45㎞에 이르는 구간에 통제선을 쳤다. 전 날 부터 현장에 투입된 시청 공무원 등이 통제선 밖에서 거리두기 유지를 안내했지만 삼삼오오 밀집한 해맞이객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한 관광객은 "해변 출입만 자제하면 되지 않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년 만큼은 아니지만 주변 호텔과 펜션 등에도 많은 해맞이객들이 찾았다. 이미 전 날 서울을 출발해 강릉을 향하는 열차편이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숙박업소 대부분은 정부가 제한한 50% 이내에서 만실을 나타냈다.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의 경우 사전 예약 취소를 독려해 40% 중반대 객실 가동률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강릉시민 최 모씨(38·여)는 "해변은 비워졌지만 주변 분위기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시민들 조차 집에서 온라인 중계 등을 통해 새해를 맞이하는데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 문무대왕릉 앞 바다에서는 일부 관광객들이 통제선 넘어 해변에 들어가 떠오르는 해를 감상했다. 문무대왕릉 앞 공영주차장은 폐쇄됐지만 주변 도로와 길가는 해맞이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혼잡을 빚었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도 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몇몇 승용차나 전세버스가 찾았다가 포항시 및 경찰의 통제를 받고 차를 돌렸다.
해맞이 행사가 전면 취소된 해운대해수욕장 등 부산 주요 일출 명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새해 첫날을 맞았지만 일부 통제선 밖은 인파로 붐볐다. 바다가 보이는 좁은 인도에 시민들이 몰리자 해운대구청 직원과 경찰이 거리두기를 당부하며 질서 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제주도 동쪽 끝 해맞이 명소 성산일출봉은 일찌감치 폐쇄돼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광치기해변은 해돋이를 보러온 도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광치기해변 역시 3일까지 폐쇄됐지만 별다른 출입 통제선이 없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상태.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파가 몰리면서 거리두기 역시 실종됐다. 제주에 거주하는 이경민씨(42)는 "많이 줄긴 했지만 곳곳에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면서 "이럴 때 일수록 자제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천 일부 해넘이 명소에도 인파가 몰렸다.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에는 바다 위로 지는 해를 보려는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부두 인근에서는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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