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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
한국은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수가 16.75명이다. 대만은 0.29명이다. 한국이 대만보다 58배나 사망자 비율이 높은 것이다. 의료역량을 보여주는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 즉 치사율에서도 한국은 대만보다 크게 높다. 대만의 치사율은 0.88%. 한국은 이 보다 0.58%p가 높은 1.46%다.
그러니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면서 표지인물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정하지 않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총통을 세운 것이다. 한국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00인 명단에 들어가 소위 K-방역의 체면치례를 했을 뿐이다. 자존심도 상할 만한데 그래도 청와대는 좋아라 이를 홍보했다. 표지인물이 차잉잉원이었다는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은 채.
K-방역의 굴욕은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코로나를 잘 극복한 나라로 꼽은 국가는 대만과 뉴질랜드다. 한국은 빠져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훨씬 많은 미국도 꼽았다. 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승인했기 때문이다.
사실 K-방역은 동남아에 가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100만 명당 사망률에서 한국(16.75명)은 일본 (26.14명)을 제외하면 말레이시아 (14.06명), 태국 (0.87명), 싱가포르(4.96명), 베트남(0.36명)에 모두 뒤진다. 통계를 믿을 수는 없지만 중국은 3.25명이다. 치사율에서도 한국의 1.46%는 베트남 (2.41%)을 제외하면 위의 모든 국가들보다 높다. 사망률이 높은 일본도 치사율에서는 1.48%로 한국과 비슷하다.
정부가 "마스크를 쓰자" 하면 전 국민이 동참하는, 따라서 코로나 확산의 차단 효과가 서구국가들보다는 매우 높은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비교할 때 한국의 K-방역은 세계표준 운운하기에 부족한 나라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못하는 나라와 비교하면야 얼마나 할 말이 많겠는가? 그러나 잘 하는 나라와 비교해 보니 할 말이 없어진다.
더 최악은 사망자를 대하는 이 나라 정부의 태도다. 국민들이 감염병으로 죽어나가는 상황을 대하는 대통령 이하 대한민국 정부 수뇌부 인사들의 불감증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에서 국민에 대한 연민과 배려의 감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가 곧 1000명에 육박할 것임에도 정부 당국자 어느 누구도 눈물까지는 아니라도 비장한 표정으로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거나 애도의 염을 표명한 사람이 없다. 코로나로 사망하면 어떻게 되는가? 가는 길에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화장장으로 직행한다. 배우자, 자식들과 석별의 정을 나눌 수도 없다. 조선시대 역병이 돌면 가마니에 말아 바로 태워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가가 국민의 생명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으면 그것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코로나로 죽는 국민도 국민이다. 그러나 그 죽음을 아무도 자기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없다. 이게 바로 K-방역의 그늘이다. 수만 명이 죽는 서구국가에 비해서 숫자가 크게 낮다는 이유로 국민의 죽음을 위정자들이 가볍게 받아들여도 되는가? 우리 보다 못사는 아시아권 국가들도 훨씬 더 적은 수의 국민들이 희생됐다. 베트남 35명, 태국 61명, 말레이시아 455명. 창피함으로 얼굴을 들 수 없는 정도가 아닌가?
대만의 경우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자, 대만 방역의 총지휘자인 천스중(陣時中) 위생복리부장관은 자기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2월 4일 우한에서 전세기로 자국민 247명을 대만으로 송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중 3명의 의심환자가 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누가 눈물을 흘렸는가? 누가 사망한 확진자의 가족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는가? 전화라도 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뒤에 남은 가족을 걱정해 주었는가?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날 대통령은 기생충 제작진 배우들과 자파구리를 먹으며 파안대소했을 뿐이다. 이 정부는 인간이 아닌 기계들이 움직이는가? 그렇다고 야당은? 언제 한 번 의원총회에서라도 희생자를 위해 묵념이라도 올린 적 있는가?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봉사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다.
757명은 동부구치소 한 곳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숫자다. 이곳에서 환자가 첫 발생한 것은 11월 27일. 구치소 직원이었다. 이달 14일에는 수용자 중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직원 감염자는 이 사이 11명으로 늘었다. 이후 수용자 사이에 감염이 급속도 확산돼 29일 현재 757명이다. 11월 27일부터 12월 14일까지 골든타임이 18일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예산이 없어서 그랬단다.
범죄자들 수용소라서 아무렇게나 대응해도 되는가? 그들은 국민이 아닌가? 검찰개혁 왜 한다고 하나? 죄없는 사람들 잡아넣는 일이 많아서 그런다 하지 않나? 757명 중에는 죄 없는 사람 없을까?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은 사과가 없었다. 오히려 국무총리가 먼저 사과했다.
지금 동부구치소 같은 일은 도처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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