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표가 발표된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입시전문학원은 학부모들의 전화 문의에 대응한다고 바빴다. 학원 관계자는 "다음달 재수 조기반을 모집하기는 하지만 대면수업을 할지 비대면수업을 할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재수 준비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학생수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수능 직후 재수학원 문의는 작년보다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 성적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못 거둔 고3 김 모씨는 1월부터 스터디까페에서 스터디 모임을 조직해 공부하기로 했다.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못 맞춰 불합격한데다 올해 수능성적으론 원하는 대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 아예 빨리 재수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수시와 정시 전형에 수험생들이 집중하고 있을 시기지만 올해도 여전히 수능 재도전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많은 것으로 나왔다. 입시학원가에 따르면 1월초 시작하는 재수 조기반이나 선행반에 여전히 등록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고3 재학생들이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충분하지 못한 학습량에 아쉬움을 느껴 재수를 고려하는 학생들이 많다. 또한 내년에는 정시로 선발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나며 재수생에게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기대도 있어서 적극적으로 처음부터 재수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전체 수능 응시자 중 재수생 비율이 29.2%인데 내년엔 30%를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월 시작하는 재수학원들이 비대면으로 수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수험생 입장에선 생활습관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해 빨리 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 재수생들 중에서도 수능 성적이 향상된 경우가 많아 최상위권 입시 경쟁률이 치열해지면 결국 더많은 고3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입공정성 방안에 따라 서울 소재 대학에서 정시 인원이 3586명 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재수를 할 경우 상위권 대학 문이 더 넓어진다는 기대도 있다. 여기다 일부 대학에서는 내년부터 약대를 의전원이 아닌 학부로 선발하면서 약대 정원이 1600명 가량 늘어나게 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이른바 의·치·한을 생각하는 자연계 최상위권들에게 약대라는 선택지가 더 생긴만큼 보다 안정감을 갖고 입시에 도전해볼 수 있게 됐다"면서 "최상위권이 가는 약대 인원이 늘어나면 자연계 전반의 입시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시로 가는 대학 선발인원인원은 늘어난 반면 내년도 고3 학생들은 올해보다 5만명이 더 줄어드는 상황이라 올해보다는 대학 문이 더 넓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재수의 부담을 더는 요인이다.
다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 때문에 고3들이 쉽게 재수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내년엔 국어·수학 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로 바뀌면서 국어 선택과목이 추가되고 수학도 수학Ⅰ, 수학Ⅱ를 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서 "올해는 대학정원이 수능응시학생 수보다 많고 정시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일단 남은 대학 전형에 도전해봐야 후회가 안남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따라 국어는 오히려 시험 범위가 줄어들 수 있고 이과수학의 경우에도 미분과 적분, 기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되는 등 오히려 과목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는 수험생들도 있기 때문에 바뀐 수능의 부담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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