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김동철 사무관입니다"…신종 보이스피싱 소비자경보 발령

"금융감독원 김동철 사무관입니다. 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돼 현재 대출하고 계신 돈을 금감원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사용하고 계신 계좌 사용이 어려우니 현금으로 인출한 뒤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자금을 뜯어내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가 크게 증가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코로나19 정부의 금융 지원이 늘어난 점을 미끼로 금리를 낮춰준다며 대출 상환을 유도한 뒤 돈을 가로채는 신종 수법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센터 신고 건수는 299건으로 전달에 비해 48%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금감원에는 '사무관' 직함이 없음에도 '건전경영팀 김동철 사무관', '소비자피해예방팀 조성익 팀장' 등 가공의 인물을 사칭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위해 자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100% 사기이므로 반드시 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영업자 성진원 씨(45·가명)도 이 같은 보이스피싱 수법에 최근 1000만원 피해를 입었다. 보이스피싱 일당 A씨는 성씨에게 코로나19 정부자금 지원으로 현재 대출을 저리에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신분증과 통장, 사본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인터넷 주소(URL)를 문자로 보낸 뒤 클릭하도록 해 '전화 가로채기 악성앱'을 핸드폰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후 같은 일당 B씨가 기존 대출이 있는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대출을 옮기는 건 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돼 불법"이라며 금감원 직원이 곧 연락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B씨는 카톡 프로필로 금융회사 직원처럼 꾸민 등록증을 올려두기도 했다. 이후 또 다른 사기범 C씨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성씨에거 접근했다. 그는 "금융거래법 위반했다는 전산기록 삭제를 위해 현재 대출금을 모두 금감원에 맡겨야 한다"며 "계좌가 동결됐으니 현금으로 인출한 뒤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 C씨는 금감원에서 작성된 공문서인 것처럼 금감원 로고가 찍힌 문서를 성씨에게 보여주고, 안심시키기 위해 가짜 납입증명서까지 지급했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