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7년 대구 중구 서성로에 건립된 조선인 최초의 대구지역 백화점인 `무영당` 건물. [사진 제공 = 대구시] |
대구시가 근대건축물로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무영당' 건물을 철거 직전 매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무영당'은 1937년 일본 자본에 맞서 조선인 자본가 이근무가 건립한 지역 최초의 민족자본 백화점이다. 당시 대구에는 1934년 건립된 미나까이(1984년 철거) 백화점과 1932년 건립된 이비시야(원형 상실) 백화점과 함께 3대 백화점으로 꼽혔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도심 개발로 인한 철거 위기에서 처한 무영당 건물에 대해 소유주를 설득하며 매입에 성공했다. 근대 건축물로서 가치가 높아 보존 필요성과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5층 규모인 무영당은 당시 미국식 빌딩개념 도입과 상점건물 대형화, 콘크리트 사용 등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건물로 평가받는다. 또 철근콘트리트와 흰색타일 마감, 정면부 벽면 돌출기둥, 장식화판, 원형창 등 다양한 장식을 강조한 당시 건축사적 특징도 가졌다. 이같은 독특한 건축기법 덕분에 대구 중심지에서 상징적 건물 역할을 했고 현재도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신안준 충청대 교수는 "근대기 지역의 대표적 상업시설과 문화공간 역할, 구시가지 랜드마크로서 역사성 장소성 도시재생 측면의 높은 활용가치를 감안할 때 보존과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도 "건축적으로는 1920~30년대 보편적 구조와 외장, 내장 등 모두 양호해 근대건축 중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사적으로도 창업주 이근무는 이곳에서 이상화(시인), 이인성(화가), 백기만(시인) 등 일제강점기 예술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이들을 적극 후원하기도 했다. 개성 출신이던 이근무(1902~?)는 1923년 문구점와 서점으로 출발해 백화점으로 발전시킨 지역 대표 상공인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신지식을 보급하는 문화 공간 역할도 했다.
이와 함께 대구시는 피난 문학의 역사적 장소였던 '대지바' 건물도 매입해 보존하기로 했다. '대지바'는 6·25 전쟁 당시 향촌동의 '귀공자'로 불리며 피난문인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구상 시인이 후배 문학가들과 자주 들렀던 활동공간이다.
대구시는 매입한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역사문화 유산에 대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앞으로 문화 자산 보존과 관련된 민관 거버넌스나 담론의 장이 만들어지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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