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쓰레기는 제자리에 있어야죠."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이유에 대해 쓰레기에 몸살을 앓은 지구와 자연을 염려하는 거창한 대답을 예상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울산과학기술원에서 컴퓨터공학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양혜윤 씨(26)는 "생활은 윤택하게, 하지만 쓰레기는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할 뿐"이라고 말했다.
양씨와 대화하면서 환경운동이라는 것이 대단한 신념이나 철학이 있어야 하는 활동은 아닌 듯 했다. 그에게는 학교나 직장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면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고, 페트병과 비닐류를 분리 배출하는 습관도 의미 있는 환경운동이었다.
![]() |
↑ `유니스트 푸르게 푸르게` 회원들이 활동을 하면서 주은 쓰레기. [사진 제공 = 울산과기원] |
공지를 띄우면 회원 여부에 상관 없이 누구나 와서 쓰레기 줍기에 동참하면 된다. 많을 때는 10여명이 참여할 때도 있었다. 보통 토요일 오전, 날이 더운 여름에는 평일 오후 늦게 모여 캠퍼스와 학교 인근 태화강 산책길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다. 비교적 청소 관리가 잘되는 학교지만 1~2시간 활동하면 50ℓ짜리 쓰레기 봉투 4~5개가 채워진다. 태화강 주변에는 생활 쓰레기보다 부피가 큰 농가 폐기물이 많아 관할 지자체(울주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양씨는 쓰레기 줍기에 대해 "단순한데 변화가 뚜렷하다"고 했다.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는 '쓰레기를 주우면 쓰레기가 눈에 안 보인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에게 쓰레기 줍기는 쓰레기 줄이기와 같다.
유푸푸 모임을 만들었던 서인철 씨(31·신소재공학과 대학원 과정)는 모임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하루 종일 연구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상 속에서 '쉼'이 필요했다고 했다. 과기원 대학원 과정의 하루는 연구실에서 시작해 연구실에서 끝나는 생활의 연속이었고, 그 어느 때보다 휴식이 절실했다.
서씨는 "대학에서 환경 동아리 활동을 한 같은 과 친구가 일주일에 한번 시간을 정해놓고,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자고 했다"며 "별 생각 없이 활동을 하다가 어느 순간 제대로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 줍기가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환경을 위한 활동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푸푸 초창기 회원 최명기 씨(29·신소재공학과 대학원 과정)는 '1주일에 한번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에서 참여했다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씨는 "잠시 쉬면서 생각을 비우는 시간을 갖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며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동료 덕분에 활동의 의미를 찾았다. 우리들의 작은 활동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활동할 때마다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
↑ 학교 내 쓰레기 줍기를 하면서 기념 촬영. 왼쪽부터 우병훈, 양혜윤, 황정원, 임성찬, 서인철, 최명기 씨. [사진 제공 = 유니스트 푸르게 푸르게] |
회원들은 "대화를 많이 하고 서로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회원 간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