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조정래 "정경심 교수, 멸문지화 당해…자유의 몸 돼야" 탄원서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 작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위해 작성한 탄원서가 공개됐다. 조 작가가 법원에 낸 이 탄원서는 지난달 17일 재판부에 접수됐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재판부에 전달된 탄원서에서 조 작가는 "여러번 숙고하다가 이렇게 글월을 올리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정경심 교수의 사건 때문"이라고 글을 시작했다. 조 작가는 정 교수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임정엽 부장판사에게 이 탄원서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정 교수의 부군 조국 교수와는 많은 나이 차이를 초월해 오래 전부터 깊은 교분을 나누어온 길벗으로 그 부인의 사건을 대하고 보니 제 가슴에도 근심이 얹히게 됐다"며 "정 교수가 저와 같은 순수한 문학가로서 그동안 당해온 고통이 너무나 가혹하고, 훼손된 명예가 너무나 애석하다"며 탄원서를 쓴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영미권으로 유학을 가면 60~70%가 박사 과정을 포기하며 더구나 영문학 전공은 더욱 어려워 90%가 포기하거나 전공을 바꾼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 교수가 영국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그가 순수한 열정을 얼마나 치열하게 바쳐 학문 연구를 한 문학자인지 잘 입증해주고 있다"며 "그런 문학가가 구치소에 갇혀 당한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문학가와 학자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영혼의 고통은 얼마나 극심했을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작가는 "정 교수는 지난 한 해 동안 영육의 고통을 당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형벌'까지 당해야 했다"며 "조 교수와 아들과 딸까지 많은 언론들의 지나친 취재와 악의적 보도, 그리고 전 가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수사로 온 집안이 망가지는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어떤 처벌이 이보다 더 가혹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그들 가족이 겪은 그 형용할 수 없는 고통으로 충분한 처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조 작가는 "정 교수가 아무 억울함 없이 자유의 몸이 되어 이 나라 문학 발전을 위해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를 거듭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조 작가는 지난해 8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대담하며 조 전 장관에 대해 "조국은 문제 많고 탈 많은 '조국'을 위해 반드시 법무부 장관을 시켜야 한다"며 "그만한 인물과 정직, 맷집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 위조 등 15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정 교수에게 징역 7년과 벌금 9억원, 1억6461만원을 구형했다. 정 교수의 선고기일은 23일로 예정돼 있다.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