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의사 신분을 가해 의심 부모에게 노출해 신고자가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전북의 한 보건의료원에 머리와 눈 주위를 다친 네 살배기 아동이 부모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이 아동을 진찰한 공중보건의는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의사의 신고 의무를 규정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아동의 모친이 "아빠가 아이를 던진 것 같다"고 말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경찰은 절차대로 가해 의심 부모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뒤 현장을 떠났습니다.
문제가 생긴 건 바로 그 직후였습니다.
가해 의심 부모는 신고 당일 진료실에 전화를 걸어 "당신이 나를 신고했느냐. 가만두지 않겠다"며 욕설과 폭언을 했습니다. 이러한 전화는 여러 차례에 걸쳐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고 공중보건의는 전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가해 의심 부모가 "왜 나를 조사하느냐"며 따지자, "의료원에서 당신을 신고했다"고 신고자를 인지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공중보건의는 이날 취재진과 통화에서 "의사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경찰의 미온적 대처로 되레 위협을 느끼게 됐다"며 "지역이 워낙 좁은 사회여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해당 경찰서는 신고자 신분이 노출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의 부주의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건을 신고한 의사의 신분이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부모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묻도록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