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강간 상황극 유도 글을 믿고 생면부지 여성을 성폭행한 뒤 1심과 2심에서 정반대의 판결을 받은 30대 남성이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오늘(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강간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강간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39살 오모 씨가 전날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냈습니다.
오씨는 앞서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죄가 인정돼 법정 구속됐습니다.
자세한 상고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신의 혐의를 유죄로 본 항소심 판결에 법리 오해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간 상황극이 아니라 실제 강간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극히 이례적인 강간 상황극을 논의하면서 상황극 종료 사인이나 피임기구 사용 여부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을뿐더러 피해자가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주면서까지 강간 상황극에 동의했다고 보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간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충동 때문에 간음한 것"이라며 '상황극이라는 말에 속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오씨를 유도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주거침입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 9년을 받은 29살 이모 씨 역시 전날 변호인을 통해 상고했습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 프로필을 '35세 여성'으로 꾸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 오씨가 관심을 보이자 그에게 집 근처 원룸 주소를 일러주며 자신이 그곳에 사는 것처럼 속였고, 오씨는 이씨가 알려준 원룸에 강제로 들어가 안에 있던 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