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생들이 '취업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대학 내 컴퓨터공학과와 관련 동아리·학회의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인문계열 재학생 중에서는 부전공·복수전공이라도 컴공을 선택해 스펙을 쌓겠다는 분위기가 퍼지는 모습이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1학기와 2학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다전공(복수전공·부전공) 총 55명 선발에 타전공생 206명이 몰렸다. 공대생뿐만 아니라 경영대, 사범대, 인문대 등 다양한 계열 학부생들이 컴공 다전공생으로 선발됐다.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의 인기도 높아졌다. 카이스트는 매년 신입생을 학과 구분 없이 뽑은 뒤 2학년 진학 전에 학과를 선택하도록 하는데, 이렇게 진입한 주전공생과 그 외 다전공생 수가 올해 총 534명이다. 2018년 254명에 비해 두배가량 급증했고, 지난해 415명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다전공생(324명)이 주전공생(210명) 수를 뛰어넘으며 큰 증가폭을 보였다.
컴공 다전공을 위해선 4점대의 높은 학점과 관련 경험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고 일부 학교에선 자기소개서와 면접까지 거쳐야 하지만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고려대 국문과 주전공에 컴퓨터학과 이중전공을 택한 졸업생 최모 씨(24)는 "컴퓨터 관련 산업의 전망이 좋다고 생각했고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며 "당시 같은 학년 중 컴과 이중전공을 택한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지금은 10명 넘게 관심을 가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낯선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어 고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기업 입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컴공과 박모 씨(25)는 "3~4년 전만 해도 수업에 문과생은 1, 2명 있을까 말까였는데 요즘은 거의 절반이 타전공자고 그 중의 절반은 문과생"이라고 했다. 박씨는 "컴퓨터공학은 다른 공학에 비해 수학을 덜 쓰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코딩을 해왔던 애들을 따라는 것이 문과생들에겐 어렵다"며 "원래 전공하던 사람 입장에서는 인문계 출신 학생들이 많아져서 상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컴공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강신청도 전쟁이 됐다. 서울대에선 주전공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한다는 민원이 계속되자 다전공생이 주전공생보다 늦게 수강신청을 하게끔 했다. 주전공생이 학번 홀짝에 따라 1일차와 2일차 수강신청을 하고, 3일차부터 나머지 전공생들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컴공 관계자는 "내년부터 수강 신청 제도가 홀짝에서 장바구니에 담는 것으로 바뀌지만 주전공과 다전공 날짜순 신청 방식도 바뀔지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월 카이스트 전산학부 학생회는 이례적인 학부생 수 급증으로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산학부 학생회장은 "추가 수강 신청시 주전공자에게 우선권을 줄 수 있도록 건의했다"며 "교수진 인프라 증대, 학부 진입생 수 제한, 전공과목 수강정원 증가 등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IT산업과 컴퓨터공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공뿐 아니라 학내 코딩 관련 동아리와 학회에도 문과생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윤석
[김금이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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