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팬덤 전성시대, 빛과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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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두 책의 공동 저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팬덤, 문파(문팬)는 무엇인가'를 각각 서면으로 물었고 이를 지상 대담으로 구성했다. 조국 흑서의 서민 교수는 문파 현상은 이성적 지지가 아닌 감성적·맹목적 지지로 현 집권세력이 '증오의 정치'를 휘두르는 발판이 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국 백서의 김민웅 교수는 문파의 동력이 촛불시민혁명 이후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키려는 열정적 기대와 수호라고 했다.
같은 대상을 '문팬(김민웅)'과 '문빠(서민)'로 달리 부를만큼 시각 차는 컸다. 기사에서는 '문파'로 통일해 표기했다. 지면에 한계로 미처 담지 못한 내용들을 포함해 인터뷰 내용을 온라인상에 공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팬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김민웅 교수=강력한 충성도를 가진 지지층이다. 특정인사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자로 여겨 지적·이성적 기반이 취약한 계층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는 오류다. 중요한 기준은 역사의식이다. 이 점을 놓치면 정치팬덤은 비이성적 군중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 촛불혁명 과정에서 등장한 정치 팬덤은 역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열정적 기대와 수호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서민 교수=언제든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팬덤의 존재는 해당 정치인에게 큰 자산일 수 있다. 하지만 팬질하는 지지자가 어떤 외부 비판도 허용하지 않거나 팬덤이 대상이 되는 정치 권력이 클 수록 문제는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팬덤을 가지게 된 원인은 뭔가.
▷김민웅 교수=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정권 붕괴를 가져온 촛불시민들은 문 대통령에게서 역사의 미래를 발견했다. 권력은 교체됐지만 적폐세력은 엄존하고 있고 이들은 여전히 문정부를 포위·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을 엄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엄호하는 것과 동일해졌다.
▷서민 교수=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결정적이었다. 노 대통령은 1990년 호남을 고립시키는 3당합당 때 꼬마민주당에 남았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선거에 나가 4차례 낙선하는 등 자기원칙을 지켰다. 또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려 했다. 그래서 팬층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폐족이 됐어야 할 친노세력이 부활하고 증오의 정치가 형성됐다.
-노사모와 문파는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가.
▷김민웅 교수=역사의식이 그 갈림길의 기준이다. 노사모는 주류세력이 배제했던 노 대통령의 돌파력에 매료된 이들이 모여들었다. 들판의 고독한 목소리처럼 역사를 밀고 나갔던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의식과 함께 한 이들이다. 문파는 노사모의 계승과 함께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자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서민 교수=노사모는 상대를 설득하고 타협하려 했다. 2002년 대선 새천년민주당 경선 때 노사모는 한 명당 대의원 3명에게 '노무현을 뽑아달라' 읍소하는 손편지를 썼다. 문파들은 숫자로 밀어붙여 설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노무현 꼴 난다'는 식이다. 감성만 발달해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사진을 보며 울컥한다. 이성을 회복해 진실을 좀 보면 좋겠다.
-정치의 팬덤화 현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민웅 교수=정치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지도자는 없다. 깃발이 없는 집결은 없기 때문이다. 외형적 현상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의지의 역사적 진보성을 놓고 평가해야 한다. 진보성이 결여된 정치팬덤은 대중 파시즘의 잔재일 뿐이다.
▷서민 교수=팬덤의 존재는 정치인에게 '정치 막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시켜 윤석열 검찰총장을 자르려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지지율은 별 타격이 없다. 민간인 최서원이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쓴 일이 이 정권에서 반복돼도 탄핵은 없을 거다. 오히려 '월급도 안 받고 연설문 써 줬다'며 의인 취급할 거다.
-문파가 상대진영과 내부의 이견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민웅 교수=역사발전에 요구되는 권력투쟁의 한 형식이다. 당연하다. 전선의 분열과 교란을 용납하는 혁명조직은 없다. '집단행동으로 억압'한다는 지적 이전에 그걸 자초한 사실을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의식의 오류에 대한 항의와 문제제기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그 공격 대상이 된 이는 소신이 있다면 이에 대해 치열하게 자신을 해명하고 논쟁을 벌일 역량이 필요하다.
▷서민 교수=문파들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에 들어갔다고 아주 난리를 쳤다. 추미애 장관한테 "정도껏 하라" 한마디했던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도 공격을 받았다.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고선 바른 말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중국 문화혁명 시대랑 판박이다.
-본인은 말과 행동에서 정치 팬덤을 의식한 적은 없는가.
▷김민웅 교수=전혀 그렇지 않다. 그럴 이유가 없다. 이성적 논쟁이 가능한 진영이기 때문이다.
▷서민 교수=박근혜정부 때 나는 '듣보잡'이라 박사모의 공격이 많지 않았다. 문파들은 전화로 거친 말을 하고 메일, 편지도 여러 번 보지만 멘탈이 강해 아무렇지 않다. 문파의 본산 '클리앙'에 가입해 댓글 배틀을 붙기도 했다. 그들이 말로는 안되니 '분란 일으키는 유저'라 신고해 활동 3일만에 6개월 정지를 받았다.
-정치 팬덤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민웅 교수=뭐가 부정적인 영향이고, 그 기준이 무엇인가? 어떤 걸 부정적이라고 보는지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식이 거꾸로 가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에 대한 집단적인 비판은 당연하다. 그 집단성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정치팬덤에 대한 이해 자체가 잘못됐다. 부정적이라면 대중 파시즘에 기여하는 퇴행적 역사의식 집단에서 나올 뿐이다.
▷서민 교수=팬덤을 거느린 문 대통령이 방송인 김어준 등이 '하지 말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말릴 마음이 없다. 이건 국민 수준의 문제기도 하다. 가덕도공항도 선거 때문에 갑자기 이슈가 됐다. 그만 속을 때도 됐는데 이번에도 난리다.
-앞으로 10년 후 정치 팬덤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나.
▷김민웅 교수=자신이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은 지도자가 있게 된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팬덤 결집의 철학적 기반, 역사의식의 내용은 점점 더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아마 다른 용어로 이를 설명하게 될 것이다. 추종세력 팬덤이 아니라 도리어 이끌고 나가는 주체로서 말이다
▷서민 교수=문 대통령이 퇴임해도 문파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을 거다. 조국 전 장관, 무죄 판결 시 김경수 지사도 가능성이 있다. 학계와 언론이 문 대통령 퇴임 후 '문 정권이 팬덤 때문에 망했다'는 점을 계속 다뤄야 한다. 그러다보면 팬덤도 시나브로 줄어들지 않겠나.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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