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립 화장장에서 직장 괴롭힘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50대 가장 A(52)의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죽음을 선택한 A씨의 딸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엄벌을 청원한 지 1년 6개월만이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장지용 부장판사는 상해·폭행·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40)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장 부장판사는 2019년 4월부터 A 씨가 목숨을 끊기 며칠 전까지 B 씨가 A 씨를 여러 차례 괴롭혔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업무수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자기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많고 직장에서도 훨씬 오래 근무한 A 씨를 계속 해코지했다고 결론 냈다.
그는 갖가지 꼬투리를 잡아 A 씨 머리에 국물을 붓고 밀어 넘어뜨리고 멱살을 잡거나 얼굴을 때렸다.
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무 필요 없는 쓰레기 같은 사람인데 뭐 하러 출근할라 그래, 어이구 52살 먹어서 그렇게 살았으면 나 같으면 미안하겠다, 죽는 게 낫지, 자신 있으면 때려보든가'라고 폭언을 하는 등 수시로 모욕을 줬다.
장 부장판사는 "B 씨가 초범이지만, 피해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을 고려하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장 부장판사는 그러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B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B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 30일 직장 괴롭힘을 못견디고 회사내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후 A씨 딸은 아버지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딸은 "10년 넘게 통영 공설화장장에서 일한 아버지가 지난달 30일 근무하던 곳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아버지는 올해 1월 입사한 새 동료와 마찰이 생겨 그 동료로부터 수차례 폭언을 듣고 폭행에 시달렸다"고 적었다. 이어 "식사 중 아버지 국그릇을 빼앗아 머리에 부어버리고 깨진 병이 있는 곳으로 밀어버리기도 했
[통영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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