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자 명부에 시·도 적는 곳을 가리셨네요. 이건 적어야 하는 칸입니다. QR코드는 어떻게 체크하시나요?"
어제(24일) 오후 8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우동 가게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방역수칙 점검표를 들고 들어와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되면서 이날 0시부터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 동네 소규모 점포까지 모든 카페에서는 포장·배달 주문만 할 수 있고,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합니다. 클럽과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합니다.
지난해 이맘때였다면 밤늦게까지 대학생들로 왁자지껄했을 신촌은 적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한산했습니다. 간판의 불을 끈 가게가 흔했고, 영업 중인 점포라 해도 한두 테이블 외에는 비어 있었습니다.
빈 국수 가게를 지키고 있던 업주 김지연 씨는 "낮에는 직장인 손님이 그나마 좀 있는데 저녁은 이렇다"며 한숨을 쉬고는 점검 나온 공무원들이 테이블 사이 간격을 띄우는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30년 가까이 신촌 초입을 지켜온 닭갈비 가게 주인은 "요즘같이 손님이 없는 때가 없었다"며 "올해 초부터 계속 적자인데, 지금은 매출이 예년의 10분의 1로 떨어졌다"고 푸념했습니다.
거리는 9시 무렵에 잠시 활기를 띠었습니다. 매장 영업을 마친 술집 등에서 손님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들의 조명이 꺼졌습니다.
34살 윤철민 씨는 이달 초 해외에서 입국해 며칠 전 자가격리를 마쳤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듯했습니다.
윤 씨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영업시간이 딱 제한되니 사람들이 대체로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8시가 다 돼 술자리를 시작했는데 금방 나와 사장님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고 했습니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서초구 신사역 일대 역시 행인이 드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식당에 들어가자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성질난다"며 투덜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간장게장 전문점의 사장 김모 씨는 "손님이 아예 없어서 알아서 거리두기가 되는데 팻말이 꼭 필요하냐"며 "이곳은 대부분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라 타격이 더 크다. (거리두기 상향으로)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식당·술집은 전자출입명부 적용 대상임에도 수기명부만 작성하거나, 여러 방문자 중 1명만 이름을 적도록 안내하고 있어 시정 요구를 받았습니다.
한 호프집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고 일어난 44살 하모 씨는 "일찍 집에 돌아가려니 아쉽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영업자들이 제일 막막할 텐데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가라오케 등 유흥주점은 '영업중단
그나마 배달 수요가 있는 족발집이나 치킨집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식당이 영업을 일찍 마무리했습니다. 불 꺼진 골목에는 간혹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 외에는 다니는 이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