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아동학대 건수가 3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학대 끝에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유사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경찰 "초동조치 부실 인정"…정부, '아동 즉각 분리' 제도 추진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A양은 지난달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을 부검한 결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A양은 올해 초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습니다.
이후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늘(15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현장에 동행 출동한 경찰관과 전문기관 관계자가 아동학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A양을 보호 조치하지 못했다"며 "초동조치 부실을 인정한다. 현재 내부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와 최종 학대 판단 건수는 최근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7천791건, 2015년 1만9천214건, 2016년 2만9천674건, 2017년 3만4천169건, 2018년 3만6천417건, 지난해 4만1천389건으로 늘었습니다.
이중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건수는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천715건, 2016년 1만8천700건, 2017년 2만2천367건, 2018년 2만4천604건, 지난해 3만45건입니다.
해마다 출산율은 낮아지는 데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늘고 있는 셈입니다.
작년 3만45건의 가해자는 부모가 2만2천700건(75.6%)으로 가장 많고 대리양육자 4천986건(16.6%), 친인척 1천332건(4.4%)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A양의 경우 3차례의 신고에도 A양을 보호자한테서 분리하지 못한 것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정부는 아동학대가 명확히 의심될 경우 피해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각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아동복지법에 신설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지난 9월 보호자로부터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정부는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민법상 징계권 조문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전문가들 "경찰·전문기관이 아동학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보완 이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교 문화권의 특성상 아동학대를 가정 내부의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6월 A양이 차 안에 혼자 방치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A양 부모에게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데 주목했습니다.
정 교수는 "실무자의 전문성이 높았다면 차에 방치됐던 사건이 일어났을 때 A양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영유아를 방임하는 것도 분명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도 "제도보다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를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입양기관이 새 부모의 자질 등을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 교수는 "입양 전에 부모를 검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양 후 1년 정도 불시에 해당 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