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부산 여중생 폭행·관악산 집단 폭행·구미 여고생 무면허 운전 사망사고….
최근 몇 년 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청소년 범죄들이다.
이처럼 소년범죄는 건수도 증가하는데다 중범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3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무면허 17세 여고생의 과격한 차량 운전으로 동승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가 미성년자라 불구속 수사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운전자는 과거에도 차 사고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시민이 지난 9일 '17살 무면허 운전자를 처벌받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 청원에는 13일 오후 4시 기준 1만6100명 이상 동의했다.
2020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약 3만6576건으로 전년(3만3301건)보다 9.83% 늘었다. 이 중 2만4000여명(69.2%)에 처벌 대신 보호처분이 내려졌다.
현행법상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이 규정은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한 규정으로 입법자들이 형사미성년자의 형사책임능력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소년법에서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촉법소년)에게 보호처분만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형사책임능력자에겐 보호 처분과 형사 처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부모 김 모씨(42)는 "청소년 강력범죄는 끊이지 않고 나오는데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며 "무조건적으로 완화한 처벌을 할 게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통해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9년 9월 2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년법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2.6%,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21%였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강력한 처벌을 내려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년원별 수용인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개의 소년원 중 9개 소년원이 과밀수용 상태다. 지난해 6월 '소년보호연구'에 실린 '소년원학교 재원생들의 불면증상과 수면환경-서울소년원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서울소년원 재원생 191명 중 68%가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답하기도 했다.
더불어 보호관찰관 1인이 담당하는 사건의 평균 개수는 203개에 달한다.
이와 관련 김광민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은 "재원생들이 소년원에 있는 동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복지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과밀화된 상태에서 '재사회화' 역할은 오히려 역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해서 "범죄에 대한 온당한 처벌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교화를 통해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과밀수용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소년사범이 적절하게 교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범준 변호사는 "1953년에 제정된 기준을 2020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범죄 유형이 잔혹해지고, 형사미성년자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음에 따라
고범준 변호사는 이어 "소년원 송치 기간을 더 늘려 범죄 유형과 잔혹성에 따라 법관이 적절한 처분을 내리게 하는 방안, 소년범죄만을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 재범방지를 위한 연구 등이 절실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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