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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처참하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여전하며 정규직과 임금격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삭발식을 하는 모습. [매경DB] |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김 모씨(31)는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을 고민하고 있다. 4대 보험료를 제외하고 받는 실수령액이 14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다 정규직 동료로부터 은근히 무시 받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나마 시간 외 근무가 있을 때 추가수당을 받아서 괜찮다"면서도 "계속 이러한 환경에서 일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딱한 사정이지만 김 씨같은 비정규 사무직은 비교적 괜찮은 처우라고 평가받는다.
민주노총이 12일 공개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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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
이 노동자는 "마스크 품질이 좋지 않아 분진이 다 들어온다"며 "다음번에는 기존 3m 마스크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 작업 환경이 너무 고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를 고용한 하청업체가 원청의 지배개입을 받는 탓에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관리자에게 이야기해도 회피성 대답만 돌아온다.
이처럼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지금, 우리나라 국민의 36.3%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도 현실은 처참하다.
이에 시민단체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1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악한 비정규직 처우를 지적하며 정부의 노동공약 불이행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노동자의 삶은 여전하다"며 "비정규직의 모습은 2년 전 서부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죽은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모습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지옥"이라며 "한 해 2400여 명, 하루 7명이 밥벌이에 나갔다가 일터에서 죽고 코로나19 노동재난 속에 해고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희망퇴직 남용방지법' 등 노동 존중 공약 50개 중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며 "오히려 최저임금 산정방식(산입범위)을 바꿔 임금 삭감을 가져왔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일 정도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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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자의 최근 3개월(6~8월)간 월평균 임금은 171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8000원(1.0%)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보다 6만9000원(2.2%) 늘어난 323만4000원이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월부터 일시휴직자가 증가해 올해 전체적으로 세 배 정도 늘었지만, 임시직에서는 훨씬 큰 규모로 증가했다"며 "일시휴직자 중에는 유급휴직자와 무급휴직자가 섞여 있어 취업자 수는 유지되는 동시에 임금은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2일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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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청와대 제공] |
그러면서 "주 80시간 노동은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은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에 대한 호소는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며 "발걸음이 더디지만, 우리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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