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흡연을 쉽게 시작하게 하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캡슐 담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캡슐 담배란 담배 필터 속에 향을 내는 캡슐을 넣어 소비자가 이를 터트리게 되면 담배의 역한 냄새를 사라지게 된다. 이로 인해 담배를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향이 나는 캡슐담배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과일향, 커피향 등 30여종이 넘는 다양한 캡슐 담배가 출시되고 있고, 청소년과 여성층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국민흡연인식조사 결과, 캡슐 담배로 첫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의 89.6%는 '캡슐 담배가 흡연에 시작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9년간 국내 캡슐 담배 판매액은 약 42배나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들의 흡연 예방을 위해 캡슐 담배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담배 업계는 매출에 효자 역할을 하는 캡슐 담배 규제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은 캡슐 담배 규제를 위해 가향물질 캡슐을 사용한 담배를 제조 및 수입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만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김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약 3900만갑에 그쳤던 캡슐 담배 판매량은 2019년 9억 1000만갑으로 약 23배 늘어났고, 판매금액 역시 2010년 970억원에서 2019년 4조 880억원으로 약 42배 급증했다. 2019년 판매된 캡슐 담배 가운데 79%는 KT&G 제품으로 판매액은 약 3조 2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그동안 금연종합대책 등을 통해 캡슐 담배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금연종합대책에서 캡슐 담배를 포함한 가향담배를 2021년부터 담배사업법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내외 기관들은 캡슐 담배 유해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9년 '가향 궐련은 많은 아동 및 젊은 성인층을 정기 흡연자가 되도록 하는 게이트웨이'라고 결론내렸다. 2012년 독일 암연구센터는 감미필터담배 관련 보고서에서 설탕 등의 감미료는 연소되면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고, 코코아 성분중 '테오브로민'은 기관지를 확장시켜 니코틴이 흡연자 폐에 보다 쉽게 흡수되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공주대 신호상 교수팀에 의뢰해 시험한 결과, 국내 시판 캡슐 담배 29종에서 128종의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가향담배, 그 위해성 및 규제방안' 분석 보고서에서 캡슐담배는 다량의 가향 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캡슐이 터지면서 필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건강 위해성이 커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캡슐 담배 금지는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이행가이드라인은 담배 제품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을 제한 또는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FCTC 7차 당사국 총회(COP7)는 캡슐 담배의 매혹도를 높이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규제를 추가로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2009년부터 모든 궐련에 가향 물질 함유를 금지했고, 유럽연합(EU)도 궐련 및 각련에 가향 첨가 및 가향 캡슐을 금지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캡슐 담배는 필터부분에 들어있는 캡슐 속에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동시에 캡슐 때문에 더 순하게 느껴지고, 더 깊게' 폐에 빨아들이는 부작용까지 이중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캡슐 담배 규제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수흥 의원의 캡슐 담배 금지 법안에 앞서 지난 2017년에도 김명연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으로, 박맹우 의원이 담배사업법 개정안으로 캡슐 담배 규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의 검토의견서에는 '가향물질 캡슐은 담배의 구성품 중 하나로 금지할 경우 담배사업자의 영업권 및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함', '가향담배에 대한 과도한 제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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