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소지물품(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 제외)을 가방에 넣어 교탁 앞으로 제출하도록 안내했으나, 수험생이 쉬는 시간에 노트를 꺼내어 공부를 하다가 시험이 시작되자 책상 서랍에 노트를 넣어 두고 시험에 응시해 부정행위자로 적발'
'4교시 탐구 영역 제2선택 과목 시험 시간 중 한국사 영역 답안 또는 탐구 영역 제1선택 과목 답안을 수정 또는 마킹하다가 적발되어 부정행위 처리'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합동 '수능 관리단'은 5일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매년 수능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단 한번의 실수로도 시험이 무효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수험생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작년 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 수는 총 253명으로, 그중 4교시 응시방법 위반과 전자기기 등 금지 물품을 소지한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수험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책상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예년에 비해 시험 환경이 변화돼 철저한 신분 확인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교육부는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할 경우 그 유형에 따라 당해 시험이 무효가 되거나, 당해 시험 무효와 함께 다음 연도 1년 동안 수능 응시 자격이 정지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실수 빈번한 4교시 '주의'
매년 수능에서는 한국사와 탐구영역 1·2선택과목을 함께 보는 4교시에 시간별 해당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 문제지를 보거나 뒤늦게 답안지를 기입하는 등의 행위로 수능 무효 처리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학년도 수능시험 부정행위 적발 건수(1173건) 중 '4교시 응시방법 위반'은 44.5%(522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해당 선택과목 시간에는 해당 문제지만 봐야하며, 해당 선택과목이 아닌 다른 선택과목의 문제지를 보거나 동시에 2개 과목 이상의 문제지를 보는 경우 부정행위로 처리된다"고 했다. 4교시 답안지에는 한국사와 탐구영역의 각 선택과목 답란이 모두 포함돼 있어 답을 다른 과목 답란에 잘못 기입한 경우에는 답안지를 교체 받거나, 직접 수정테이프를 사용해 지울 수 있다. 다만 종료된 과목의 답란은 절대 수정하거나 기입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가령 경제 과목 시간에 한국사 답안을 작성하거나 이미 작성한 답안을 수정하는 것은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또 4교시 시간대별로 정해진 과목 문제지만 추출해야 함에도 선택 과목이 아닌 과목의 문제지까지 함께 책상 위에 올려 두는 실수 역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시험 종료 후에 답안에 마킹하는 행위는 같은 시험실 내 학생들의 제보 등에 의해 부정행위자로 적발 처리되는 사례가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시험 종료 후 필요 없는 동작이 답안 마킹 행위로 오인돼 제보가 접수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내년 2022학년도 수능(현 고2 적용)부터 4교시 한국사 답안지와 탐구영역 답안지를 분리할 계획이다. 올 수능에서는 답안지가 현행 기준대로 1장에 3개 과목(한국사, 1·2 선택과목)이 나오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능 매 교시 때마다 시험 시간을 안배하기 위해 시계 착용을 하는 수험생이 많다. 이 때에도 예상치 못하게 반입물품으로 규정된 시계를 소지해 부정행위자로 간주된 경우가 있다. 교육부는 "블루투스 등 통신·결제기능이나 LCD·LED 등 전자식 화면표시기로 표시하는 기능이 포함된 시계는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휴대가 불가하다"고 했다. 일례로 과거 수능에서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이나 복도, 화장실 등에서 휴대전화, MP3 플레이어, 스마트기기(스마트워치 등),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사용하다 다른 수험생의 제보로 적발돼 현장에서 부정행위자로 처리된 경우가 있었다.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휴대전화 △스마트기기(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카메라 △전자사전 △MP3 플레이어 △카메라펜 △전자계산기 △라디오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통신·결제 기능(블루투스 등) 또는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있는 시계 △전자담배 △통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 등 모든 전자기기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신분증 △수험표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 △흰색 수정테이프 △흑색연필 △지우개 △샤프심(흑색, 0.5㎜) △시침·분침(초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로 통신·결제기능(블루투스 등) 및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모두 없는 시계* △마스크(감독관 사전 확인 필요) 등은 소지할 수 있다.
교육부는 "수험생이 시험 중에 금지 물품을 실수로 소지하는 경우라도 부정행위 처리되므로, 소지할 수 없는 물품과 소지할 수 있는 물품을 명확히 구분하고 시험 전에 확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예년과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능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또 시험장 공간 제한으로 수험생 앞뒤 간격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반투명 재질의 책상 가림막이 처음으로 쓰이게 된다. 이 때문에 수험생 사이에서는 방역 물품과 관련된 부정행위 여부를 묻는 질문이 심심찮게 나오는 분위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내 수능 관련 질문과 답변에선 '시험볼 때 마스크를 중간에 무의식적으로 내리게 되는데 혹시 코까지 내리면 부정행위로 간주되서 시험 중단 되는지' '수능 칸막이를 시험 전이나 시험 도중 불편해 책상에서 때어도 부정행위인지' 등을 묻는 질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당일 현장에서 감독관이 부정행위에 연계되는 행위인지를 판단하겠지만, 단순히 마스크를 내리거나 칸막이를 떼었다고 부정행위로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명시한 부정행위 처리 규정과 마스크 필수 착용과 같은 방역 준수 지침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은 감독관이 수험생 신분을 확인할 때 마스크를 잠시 내려 얼굴을 보여주는 등 감독관에게 적극 협조해야 하며, 만약 이에 불응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 또한 책상 앞면에 설치된 칸막이를 활용해 시험 내용을 적어두거나 손동작을 통해 부정행위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관이 매 교시 칸막이를 검사하고, 시험 중 철저히 감독할 방침이다.
한편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수능 부정행위 온라인 신고센터'를 각 기관 누리집에 개설·운영한다. 교육부는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안은 확인 과정을 거친 후 필요한 경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대응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확인된 부정행위 사안은 수능
교육부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도 부정행위유형에 들어간다면 수능이 무효처리될 수 있다"며 "시험에 앞서 수능 부정행위 기준에 대한 수험생들의 사전 숙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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