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근마켓에 올라온 36주 아기를 입양한다는 게시 글. 해당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화가 나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자신의 자녀를 버리겠다는 비정한 부모들의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올라온다. 그때마다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미혼모와 그 자녀로 구성된 모자가정이 전체 한부모가정의 절반이 넘는 51.6%나 되고, 부자가정까지 합하면 70~80%에 이르고 있는데도 정작 한부모가족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6%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8년 양육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미혼모들의 평균 월소득은 92만3000원에 불과했다.
자녀를 버리는 무책임함과 잔혹함에 대한 지적도 필요하지만 공포 속에 홀로 출산의 무게를 감당했어야 할 A씨와 같은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을 우리 사회가 어루만져주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한부모 가정의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만 되어도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현행 규정상 2인 가구 기준 부모의 나이가 만 25세 이상 한부모 가족이 양육비, 학용품비, 생활보조금비 지원을 받기 위해선 매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52%인 155만5830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부모 나이가 만 24세 이하인 청소년 한부모 가족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의 60%인 179만5188원을 넘지 않아야 양육비, 자립촉진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8590원을 한 달 기준으로 환산하면 179만5310원이다. 최저임금만 받아도 정부의 생활비 보조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부모나 남자친구 등 도움 없이 홀로 경제활동을 통해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사정에 놓인 미혼모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당근마켓 거래 글도 동정 받을만한 일은 절대 아니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말하는 미혼모 임 모씨는 6살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임 씨는 "미혼모들은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여러개 할 수도 없는데, 1개만 해도 금방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을 넘어간다"며 "주변에 정부의 비현실적인 기준을 성토하는 비슷한 사정에 놓인 미혼모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한부모 가족자녀 양육비 등 지원 예산을 지난 2019년 2069억원에서 올해 2545억원으로 대폭 늘렸지만 한부모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소득기준을 상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도 보조금 지급기준을 임금인상률을 반영해 160만 5801원으로 2.6% 올렸다. 그러나 내년에도 여전히 최저임금만 받는 직장에 다녀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기준 상향 여부에 대한 질문에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기준 변경 검토 움직임이 없다"고 밝혔다.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들을 고려해 현재의 복잡한 입양 절차를 보다 간편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입양특례법상 양자의 입양이 이뤄지려면 관할 가정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양자가 될 아동의 출생신고, 입양 동의 서류 등 많은 제반 문서를 갖춰야하며 관계자 의견 청취, 양육환경 조사 등 일련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원래 입양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 입양 요건을 행정법원 신고에서 가정법원 허가제로 바꾼 것인데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미혼모들에겐 큰 고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근마켓에 입양글을 올린 미혼모도 경찰 조사에서 "출산, 산후조리 등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입양 기관 상담을 받고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게시글을 올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한부모 가족 복지를 돌봄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미숙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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