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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일석 씨가 인도에서 잡은 골든마시르. 비늘이 황금색인 골든마시르 낚시는 100년 넘게 '왕의 스포츠'에 비견됐다. <사진 제공=엄일석> |
골든마시르를 비롯해 괴어(怪魚)를 찾아 세계 오지를 탐험하는 낚시 전문가가 있다. 미국 에모리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엄일석 씨(33)다. 그는 '꾼'들 사이에서 취미 이상의, 해외 원정 낚시 전문가로 통한다. "버킷리스트 30종을 45세까지 달성하고 그때 낚시를 관둘 것"이라며 웃는 그를 서울 양화한강공원에서 만났다.
엄 씨가 한 기고글에서 골든마시르의 황금 비늘을 표현한 문구는 이렇다. '무굴 전사의 거울 갑옷.'
"금빛 비늘 하나가 10cm예요. 압도적으로 찬란하죠.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해외 원정 낚시 대상어인데 연어 낚시대를 부술 정도로 힘이 셉니다." 호주 머레이 코드, 시베리아 타이멘, 파푸안 블랙 배스 등 일반인들은 이름도 생소한 해외 오지의 괴어를 그는 직접 대면했다.
"러시아에선 '연어의 아버지' 타이멘을 잡으려 정글에서 10일을 숙식했어요. 무려 2년을 준비한 여정이었죠. 고생 끝에 낚시대로 물고기를 꺼내는 순간의 희열이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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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일석 씨가 낚은 인도네시아 자이언트그루퍼. <사진 제공=엄일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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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일석 씨가 낚은 호주의 괴어 바라문디. 농어의 일종이다. <사진 제공=엄일석> |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이 있는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의 실효지배 강화를 위해 다리와 댐을 짓고 있어요. 댐이 들어서면 수생동물은 대재앙을 맞게 됩니다. 이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정을 떠날 때마다 원시의 낙원을 기대하지만 정작 가보면 어디나 인간 욕심에 훼손돼 있습니다. 블로그와 낚시 전문잡지 기고글에 이런 상황을 알리는 것이 제 사명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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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일석 씨가 괴어 낚시에 사용했던 루어들. 가운데 루어인 '포퍼'는 파푸언 블랙 배스를 낚은 루어로 상처는 상어의 이빨 흔적이다. 그 위의 루어 '스틱 베이트'도 파푸안 블랙 배스 낚시에 사용했다. <김유태 기자> |
"북극곰의 멸종 위험을 우리가 아는 건 다큐멘터리로 학습했기 때문이죠. 수면 아래 괴어들은 '살아 있다'는 사실도 확인받지 못한 채 멸종됩니다. 세계 곳곳 수면 아래 아름답고 거대한 보물이 존재함을 알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정치철학 전공생인 엄 씨는 독일 18세기 사상가인 요한 고트프리드 헤르더의 '동물윤리' 논문을 집필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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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의 괴어 머레이 코드. <사진 제공=엄일석> |
"인간이 쌓아온 자연의 의미가 개발에 따라 많이 훼손됐잖아요. 하지만 모든 낚시는 자연에 의미를 불어넣는 일이에요. 물속의 유니콘도 가끔 상상하며 살아야, 세상살이가 덜 삭막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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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일석 씨가 서울 양화한강공원에서 쏘가리 낚시를 즐기고 있다. 엄 씨는 "많은 분들이 한강에 쏘가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한강은 수심이 깊어 대물 쏘가리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김유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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