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편법 승계 '무죄'

【 앵커멘트 】
대법원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시민 단체는 재벌들의 편법 경영권 승계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했습니다.
안형영 기잡니다.


【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허태학, 박노빈 에버랜드 전 사장들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이재용 씨 남매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우선 3자 배정과 달리 주주 배정은 헐값으로 주식을 발행하더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주 배정은 지분 변동에 영향이 없고, 보유 주식 수만 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영란 / 대법관
-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유로이 그 발행 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함께 주주들이 포기한 전환 사채를 이재용 씨 남매가 인수한 것은 3자 배정이 아닌 주주 배정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허태학, 박노빈 씨가 애초부터 주주들이 포기할 것을 기대했는지 분명치 않고, 주주들이 스스로 전환사채를 받는 걸 포기한 만큼 3자 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삼성 특검 사건을 다룬 대법원 2부도 에버랜드 전환 사채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3자 배정 방식으로 이뤄진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 사채 헐값 발행 부분은 유죄를 인정해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시민 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영희 / 경제개혁연대 변호사
-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탈세하면서까지 한 게 주주배정이 맞는지. 실권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구조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걸로 봤을 때 스스로 실권했는지 의문입니다."

이번 판결로 삼성 사건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재벌들의 경영권 상속과 지배 구조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 안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