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면 개그, 지성이면 지성,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했던 개그우먼 박지선이 오늘(2일) 3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희극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개그계는 물론 시청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생전 소속사와 매니저 없이 홀로 활동했던 고인이기에 청천벽력 같은 부고 소식에 방송가에서도 박지선 측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늘 직접 전화를 받던 그의 휴대전화는 현재 전원이 꺼진 상태입니다.
그는 최근 센스 있는 말솜씨를 기반으로 주로 가수 쇼케이스나 드라마 제작발표회 등 방송가 행사 진행을 해왔고, 고정 출연한 마지막 프로그램은 EBS 1TV '고양이를 부탁해'입니다.
고인은 생전 '못생긴 여자 개그우먼'으로 불렸지만, 외모 이상의 다재다능한 매력이 더 주목받았습니다.
인천 출신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과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2006년 공연계에서 연기 생활을 잠시 하다 2007년 3월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계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데뷔한 해에 바로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으며 이후로도 K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 최우수상을 모두 휩쓸었을 만큼 재능 측면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모두 갖춘 손꼽히는 여성 희극인이었습니다. "참 쉽죠잉~?" 같은 유행어도 다수 남겼습니다.
고인은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화장을 아예 못 했지만 그 사실을 숨기기보다 오히려 개그 요소로 활용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분장으로 더 많은 개그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늘 코미디 무대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병은 최근 들어 악화하면서 야외 촬영은 물론 무대 행사 시 비추는 조명마저 고인을 상당히 괴롭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지선은 이밖에 지성을 살려 KBS 2TV 퀴즈 쇼 '1대 100'에서 2009년 4월 1인 우승자가 되기도 했으며, 같은 채널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MBC TV '복면가왕'에서 기대 이상의 가창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연기, 노래, 지성 등 복합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 희극인에 딱 맞는 탤런트를 가진 인물이었던 셈입니다.
고인 역시 제10회 대한민국영상대전에서 포토제닉상을 받은 뒤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지 않으냐"고 높은 자존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타고난 입담과 센스 있는 진행 실력에 방송가 러브콜도 이어졌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 아래 직접 마음이 가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출연해왔을 만큼 자존감이 확고한 인물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남다른 신뢰와 애정을 보여왔던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난 것도 대중에게는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는 생전 트위터를 통해 어머니와의 유쾌한 일상을 재미있게 글로 남겨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는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2015년 2월 23일 EBS '지식채널e'와의 인터뷰) 라는 말을 남긴 박지선.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그에게 고향 같은 곳인 KBS 2TV '개그콘서트' 등 방송가에서도 슬픔에 잠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