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 통합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보였던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결국 손을 잡았습니다.
1986년 광주의 직할시 승격으로 분리됐던 시·도 간 34년 만의 재결합 논의에 합의하면서 사안마다 대립으로 어그러졌던 상생 기운이 회복될지 주목됩니다.
◇ 뭘 얻고, 뭘 내놓았나…시장·지사 합의 막전 막후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오늘(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 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9월 10일 "광주·전남의 행정 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이용섭 시장의 '깜짝 제안' 후 53일 만입니다.
행정 통합 논의를 위한 6개 합의 사항은 ▲ 민간 중심 ▲ 1단계로 광주전남연구원의 연구 용역 수행 ▲ 2단계로 용역 1년, 검토·준비 6개월 후 시·도 통합 공론화위원회 구성 ▲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 개선 노력 ▲ 현 시청과 도청 기능 유지 ▲ 지역 현안에 영향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 등입니다.
합의문은 이용섭 시장이 최초 제안한 '행정 통합'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시기, 방식 등과 관련해서는 김영록 지사의 주장이 대거 담겼습니다.
공론화위원회 구성 시기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절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민선 8기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전남도가 통합 논의를 서두르려는 광주시의 요구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며 제시한 시기가 민선 8기였습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 개선도 김영록 지사가 평소 요구해온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통합 청사 소재지와 관련해 전남도는 도청이 있는 무안을 선호했지만 현재 시·도 청사 기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광주시는 담론, 전남도는 각론에서 입장을 관철시켰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합의문 서명 후 인사말에서 시장·지사의 메시지 성격도 갈렸습니다.
김 지사는 "우선 정부 지역 균형 뉴딜 계획에 맞춰 양 시·도가 함께 할 수 있는 초광역권 협력사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제협력 공동체를 구축해 최종 목표인 행정 통합까지 이르는 단계적 접근이 좋은 방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시장은 "시작이 반이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며 "주역에 나온 '이인동심(二人同心) 기리단금(其利斷金)'이라는 말처럼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단단한 쇠라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인구 330만 초광역 지자체 탄생 논의 태동…갈등 요인은 그대로
두 시장·지사 모두 통합 논의의 첫발이자 첫걸음으로서 이날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9월 기준 인구 145만여 명인 광주, 185만여 명인 전남이 합쳐지면 330만 명 초광역 지자체가 탄생하게 됩니다.
수도권은 물론 2022년 7월 특별자치도 완성을 목표로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대구·경북, 인구 800만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꿈꾸는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에 대응할 몸집 키우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다만 통합 논의 자체가 상생과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지사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통합 논의는) 길고도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인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지역, 계층 간 얽힌 이해관계에 통합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될 뿐 아니라 연동해서 흘러갈 수 있는 시·도 간 갈등 요인도 산적했습니다.
이날 합의문의 마지막 조항은 그런 이유로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통합 논의는 국립 의과대학 지역 내 설립 등 두 지역의 주요 현안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고 양측은 명시했습니다.
전남 의과대 설립이 대표적으로 거론됐으나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나주 고형폐기물 연료(SRF) 열병합 발전소 가동,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공동 현안을 염두에 둔
지역 관가 관계자는 "이용섭 시장은 '행정 통합'이라는 거대 담론을 이끌 단초를 마련하고 김영록 지사는 합의 사항에 구체적인 전남도의 입장을 대거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만큼 '밀고 당기기'보다는 미래 비전과 지역의 경쟁력을 최우선시하는 진지한 논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